반려동물산업에 IT·바이오 접목

소변검사 키트·반려견 비문 인식앱 개발

액체생검으로 암 진단에도 도전

생애 전주기 망라 ‘헬스케어 플랫폼’ 계획

반려동물 헬스케어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핏펫의 고정욱 대표가 회사 로고를 배경으로 웃음을 짓고 있다. [핏펫 제공]
반려동물 헬스케어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핏펫의 고정욱 대표가 회사 로고를 배경으로 웃음을 짓고 있다. [핏펫 제공]

“왜 그런 상품이 없겠어요. 없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예요.”

고정욱 ㈜핏펫 대표가 창업을 위해 사업계획서를 들고 다닐 때 숱하게 들었던 말이다. 벤처투자사(VC)들은 펫산업의 성장성에는 흔쾌히 동의했다. 그렇지만 기술 기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에는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말로 퇴짜를 놓기 일쑤였다.

반려동물산업은 덩치만 컸지, 그 구조는 의식주를 공급하는 데에 그쳤다.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4000억원. 국내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만 1000만명이지만 ‘만년 유망산업’ 신세다. 대기업까지 뛰어들어도 내놓는 상품은 기껏해야 사료, 구강용품, 가구, 급수기나 털 건조기 등에 머물렀다.

핏펫은 여기에 IT(정보기술)와 바이오를 도입했다. 설립 해인 2018년 처음 내놓은 상품은 집에서 반려동물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키트 ‘어헤드’다.

고 대표는 “반려동물은 어디가 아픈지 말도 못하고, 주인은 24시간 관찰이 불가능하다”며 “시간·비용 제약 때문에 병원도 못 가다 보니 쉽게 예방할 수 있는 질환도 말기에 응급실에 가서야 발견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큰돈이 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큰 병으로 번지기 전에 이상 징후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어헤드를 고안했다”고 소개했다.

반려동물의 소변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키트인 어헤드 베이직. [핏펫 제공]
반려동물의 소변으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키트인 어헤드 베이직. [핏펫 제공]

‘어헤드 베이직’은 비색표에 반려동물 소변을 묻힌 뒤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 앱에 올리면 색을 분석해 당뇨·요로감염·요로결석 등 다양한 질병의 징후를 알려주는 상품이다. 핏펫은 조명에 의해 사진 색이 달라지는 것까지 고려하도록 분석앱에 딥러닝기술도 적용했다. 동물병원에서 실시하는 소변검사 결과와 비교해 보니 어헤드의 정확도가 99.6%였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첫선을 보인 어헤드는 목표 판매액의 1300%를 초과 달성했다. 고 대표는 “(사람도 아닌) ‘동물한테 그렇게까지 하느냐’는 외부의 시선과 다르게 반려동물 보호자에게는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빠르게 시장을 감지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이어 선보인 서비스는 반려견 코의 비문(鼻紋)으로 신원을 식별하는 ‘디텍트’다. 개의 비문은 사람의 지문처럼 고유성이 있다. 핏펫은 비문을 반려견 식별장치로 활용하는 안을 특허 등록했고, 전 세계 최초로 상용화까지 했다. DB손해보험의 펫보험에 가입할 때 디텍트로 반려견 신원을 확인하고 등록할 수 있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디텍트는 벌써 3년째 상품을 팔고 있다.

고 대표는 디텍트가 펫보험시장의 비효율을 해결할 묘수라고 강조했다. 국내 펫보험시장은 이제 100억원, 가입률은 0.1%도 안 된다. 시장이 크지 못하는 데에는 식별이 제대로 안 돼 보험사가 손해율을 보수적으로 잡았기 때문. 따라서 보험료가 비싸고 보장은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소비자 사이에 팽배해 있다.

“동물 식별이 어렵다 보니 보호자가 A로 보험에 가입해놓고 B, C까지 돌려가며 보험금을 받는 경우가 있다. 여기에 대응하려면 보험사는 보장기간을 짧게, 범위를 좁게 산정하게 된다. 보호자로서는 가격에 비해 보장이 적다고 느낄 수밖에 없고, 왜곡된 데이터가 쌓여 시장이 클 수 없다.”

최근에는 액체 생검과 바이오마커 등으로 펫헬스케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분자 진단 전문기업 랩지노믹스와 손잡고 반려동물의 혈액 등 액체 시료를 이용해 암 같은 질병을 진단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소동물수의사회(WSAVA) 집계 결과, 10세 이상의 개 50%가 암에 걸릴 정도로, 암은 반려견에 흔한 질병이 됐다. 이를 진단하려면 X-레이나 CT를 찍고 개복으로 조직검사를 해야 한다. 노령견에는 부담이 크다.

핏펫은 액체 생검 기반의 ‘종양 바이오마커 데이터’를 구축, 반려동물 암 진단키트와 동물의약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진단 방식도 기존의 생화학검사에서 벗어나 면역 진단, 분자 진단으로 확대하는 안까지 보고 있다. 고 대표는 “내년 하반기에는 관련 진단키트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 전했다.

핏펫은 기존 상품의 파이프라인 확대도 강화한다. 구강 검진키트인 ‘어헤드 덴탈’, 병원비 보장 서비스인 ‘어헤드 케어’도 나왔다. 어헤드 케어는 키트로 반려동물의 질환을 확인하고 이를 치료한 고객에게 병원비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DB손보에서 디텍트를 활용하는 것과 별개로 핏펫도 자체 보험상품을 계획하고 있다. 고 대표는 “펫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단종보험사 설립도 생각 중”이라 밝혔다. 펫헬스케어 영역에서 무한변주를 시도하는 셈.

고 대표는 “우리가 정의하는 핏펫은 질병 예방부터 금융에 이르기까지 반려동물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펫 메가 헬스케어플랫폼’이다. 바이오연구소에서 혁신적인 IT와 바이오기술이 융합된 진단키트를 개발해 질병을 예방하고, 일상 건강관리 차원에서는 건강기능식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그래도 아프면 결국 병원에 가야 하니 동물병원 검색 서비스와 펫보험 등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의 부담을 줄여주려고 한다”고도 했다.

핏펫의 주요 매출처는 아직 검진키트와 건기식을 판매하는 자체 쇼핑몰인 핏펫몰 정도. 그러나 고 대표는 “당장의 매출보다 향후 성장 가능성을 보면 질병 예방부터 병원찾기·예약, 보험 등에 이르기까지 반려동물의 전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더 매력적”이라는 큰 그림을 내비쳤다.

도현정 기자


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