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SK이노·포스코인터
지난달 조정·중재 합의체 구성
한국참여사 공동 대리인 선임
부과된 벌금만 130억원 달해
페루정부가 한국석유공사, SK이노베이션, 포스코인터내셔널 등 ‘페루 8광구’ 사업 참여사들을 대상으로 5000만달러(약 600억원) 규모의 국제중재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기업들은 수익성 하락,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사업 조기 철수를 진행 중이었는데, 수개월째 이렇다 할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페루정부는 이와 별개로 환경복구를 위한 수백억원대의 벌금을 요구하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8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실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입수한 페루 8광구 투자철수 관련 자료에 따르면, 페루 정부 산하 광권관리 기관인 ‘페루페트로(Perupetro)’는 지난 4월 국제상공회의소(ICC)에 광권계약 당사자인 플러스페트롤 노르테(Pluspetrol Norte S.A·이하 PPN), 한국석유공사, 포스코인터내셔널, SK이노베이션을 대상으로 5000만달러 규모의 국제중재를 제기했다. 중재 약 5개월 만인 지난달 3일 조정 및 중재를 위한 합의체인 중재부가 구성됐다. 한국 참여사들은 중재 대리인을 공동으로 선임하고 대응에 나섰다.
통상 중재부가 구성된 이후 180영업일이 중재 기간이지만, 주장·심리·이의제기 등의 절차를 거칠 경우 이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업계에선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1~2년은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페루 정부가 이 기간 지속해서 환경 복구 벌금을 부과하고 있단 점이다.
8광구는 페루 북부 아마존 밀림 지역 마라논 분지에 위치한 유전이다. 남미·아프리카 석유개발 기업인 PPN 60%, 한국석유공사 20%, 포스코인터내셔널 11.7%, SK이노베이션 8.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당초 계약기간은 1996년 9월부터 2024년 5월까지였다.
하지만 참여사이자 운영사인 PPN은 페루정부의 과도한 환경복구 요구, 코로나19 등으로 더 이상 사업진행이 불가하다며 지난해 말 청산 개시를 통보하고, 광권 자동해지를 주장했다.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생산도 중단된 상황이다. 한국참여사는 광권계약 해지에 따른 페루정부의 손해배상 산정 근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페루정부는 PPN과 국내 기업들이 계약기간에 앞서 청산절차를 개시하는 것은 환경복구 등의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악의적 청산이라고 봤다. 페루정부는 지난 1월부터 PPN 앞으로 환경 복구 벌금을 부과해왔다. 이 벌금은 한국 기업들도 지분율대로 낸다. 지난 8월 기준 한국석유공사에 페루 정부가 부과한 벌금은 540만 달러(약 65억원)다. 지분대로 계산할 경우 포스코인터내셔널 351만 9000달러(약 42억원), SK이노베이션 224만1000달러(약 27억원)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부과해야 할 금액만 130억원이 넘는 셈이다.
국내 기업들의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북미·페루 석유개발 사업을 중단하고, 친환경 관련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페루 광구 처분을 계획하고 있지만 승인이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역시 미얀마, 말레이시아 등에서 가스전 사업을 중점 추진하면서, 이미 페루 내 8광구 인력을 모두 철수한 상태다.
컨소시엄 관계자는 “중재부 구성에만 5개월이 소요됐고 본격 심리는 연말에나 개시될 것”이라며 “이미 광구의 유망성이 없어서 사업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지윤 기자
jiy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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