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 사는 우리는 달의 이면을 절대 볼 수 없다. 공전주기와 자전주기가 같기 때문이다. 인류의 달에 대한 광적인 집념의 이유이기도 하다.

권정현의 세번째 장편소설 ‘검은 모자를 쓴 여자’(자음과모음)는 ‘알 수 없는 검은 형체’로 인해 일상과 정신이 송두리째 뽑히는 미스터리 심리환상소설이다. 마음 속에 생긴 의심이 실체를 갖추고 마음을 점령하며, 논리를 형성해 실존을 위협하게 된다.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약수터에 오르던 중 사고로 은수를 잃은 민은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고 믿는데, 새벽 2시 문득 베란다 밖을 쳐다보다 헌옷수거함 옆에 검은 모자를 쓴 여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걸 발견한다. 이상한 미소를 짓기까지한 여자에 놀란 민은 불온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날 이후로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동수를 유모차에 태우고 고양이 까망, 강아지 무지와 함께 약수터에 오르다 까망이 무지의 눈을 공격하는 일이 생기고, 그때부터 민은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고 위협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민은 크리스마스 이브날 교회 앞에 버려진 아이 동수와 까망을 무작정 데려와 키운 게 잘못이었다는 데 생각이 미친다. 심지어 그동안 성실하고 착하다고 믿었던 남편을 의심하기에 이른다. 남편의 권유로 유럽여행을 가게 된 민은 파리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아이를 돌봐주러 올라온 엄마가 죽었다는 얘기였다. 동수와 검은 모자, 남편에 대한 민의 의심은 점차 실체를 갖추게 된다.

소설은 무엇이 진실이고 허구인지 딱히 구별하기 어렵다. 민의 입장에선 모든 게 명확하다. 증거도 충분해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론 민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신의 또 다른 모습으로도 비춰진다.

소설에는 우로보로스의 신화가 삽입돼 있다. 자신의 꼬리를 입으로 무는 고대 신화 속 우로보로스는 시작과 끝, 위와 아래가 없음을 의미한다. 일상과 정신은 쉽게 깨지고 무너지지만 그 붕괴와 죽음 속에서 다시금 꽃은 핀다는 사실을, 혹은 이쪽과 저쪽, 앞면과 뒷면의 현실이 다르지 않음을 민의 혼돈을 통해 보여준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검은 모자를 쓴 여인/권정현 지음/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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