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은 바닥을 드러낸 지 오래고, 대출은 언감생심이다. 쌍용차 인수가 마무리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부품사가 살아남을지가 걱정이다.”
쌍용자동차 부품협력사 대표 A씨의 한숨은 길고 깊었다. 국내 전기버스 제조업체 에디슨모터스에 대한 ‘장밋빛 희망’은 없었다. 쌍용차에 대한 애증과 정부에 대한 불신이 뒤섞인 공허한 감정만이 느껴졌다.
쌍용차가 마힌드라와 결별한 이후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오토모티브와 투자 협상을 벌이던 때부터 불거진 자금난은 이들에게 ‘생존의 문제’가 됐다. 취재 결과, 다수의 협력사는 실제 수개월째 납품대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쌍용차가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매출이 감소한 데다 반도체 수급난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A씨는 “부도가 난 업체의 생산량을 다른 업체가 이어받는 식으로 납품이 이뤄졌지만 이제 1차 협력사마저 붕괴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이뤄진 쌍용차와 상거래채권단 간담회의 성과도 없었다. 쌍용차와 주요 협력사들은 상거래 채권을 담보로 신용보증기금 대출이 가능하도록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여전히 답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쌍용차 상거래채권단 관계자는 협력사들이 완전히 소외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거래채권을 담보로 하는 대출이라도 해달라고 청와대에 진정을 넣었지만 그 어떤 성과도 도출되지 않았다”면서 “신용보증기금은 핑계 대기 급급하고, KDB산업은행은 실현 가능한 사업성을 이유로 직접 지원에 선을 긋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력사의 자금난이 쌍용차의 미래를 짊어진 신차 개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실제 쌍용차가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뒤 선보일 예정인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차) ‘J100’ 프로젝트는 현재 지지부진하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는 “부품개발비용의 20% 정도만 건네받았다”며 “이달까지 정상적인 금형이 시제품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마저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쌍용차의 판매가 저조하니 수익이 줄고, 가동률까지 떨어지니 개발비용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디슨모터스를 향해 언급되는 불확실성보다 인수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가 고비다. 에디슨모터스가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자금을 투입하기까지 자금난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이달 말까지 에디슨모터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2주의 정밀 실사를 거쳐 다음달 말 인수대금 및 주요 계약 조건에 대한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일정이 지연되면서 회생계획안 제출도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계인 집회는 일러야 12월에나 가능하다. 업계는 이해관계자가 많아 동의를 얻는 과정이 험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품협력사는 쌍용차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의 버팀목이다. 기반이 붕괴되면 대규모 실직 사태는 물론 쌍용차의 미래도 확신할 수 없다. 자금 동원과 경영 방식 등 에디슨모터스에 ‘혁신’을 바라는 이유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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