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화된 대기업 물류대란
요소수 자체 지급에도 12월 이후 불확실
2015년 이전 등록 차량, 물량 소화 한계
러시아서 수입하는 요소, 中의 10% 불과
산업용 수요도 빨간불…해송·철송 고려도
“당장은 버티더라도 다가오는 성탄절과 연말연시 배송은 장담할 수 없다. 비축한 요소수가 바닥나면 사실상 정부만 바라볼 수밖에 없다.” (대기업 물류업체 관계자)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물류 대기업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규모 물류 대란’이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정유업계와 정부 등에 따르면 요소수 생산에 필요한 요소 재고량은 이달 말 바닥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과반을 점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은 물론 다른 업체 상황도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에 요소수 공급이 완전히 중단되면 일반 소비자가 체감하는 여파는 더욱 커진다. 디젤 화물차를 운행하는 유통·택배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해서다. 소형 트럭이 대부분인 업종 특성상 요소수를 보충하면 한두 달 정도 운행이 가능하지만, 배송 물량이 증가하는 연말연시엔 주행 거리 역시 늘어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가 의무화되기 이전인 2015년 등록 차량이 많아 충격이 덜할 것이란 반론도 나온다. 하지만 전국에서 쏟아지는 배송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기업 물류업체 관계자는 “택배 배송 차량은 운행 거리가 멀지 않아 다른 물류 현장에 비하면 아직 영향이 덜 하다”면서도 “이 상황이 지속되면 현재 본사 차원에서 확보한 요소수로 12월 초까지 밖에 버틸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당장 배송에 문제는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허브-서브 터미널을 오가는 간선 택배 차량부터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질소산화물 저감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차량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은 지극히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자체 차량을 확보한 유통업체의 ‘한계 시점’은 12월 중순 이후로 예상된다. 본사에선 연말까지 버틸 수 있을 정도의 요소수를 확보한 데다 수도권 지역을 운행하는 일부 배송 기사들에게 요소수를 지급하는 자체 비상계획에 돌입한 덕분이다.
문제는 배송 물량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요소수 품귀’ 이슈를 접한 고객들이 물류 대란을 우려해 일부 품목을 사재기하듯 주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와 관련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보다 요소수 지원이 어려운 지방 배송 차량 운행이 먼저 멈추어 설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빠른 배송이 이뤄져야 하는 신선식품 물류비가 오르면 소비자 부담은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화력발전, 시멘트 업계 등 산업용 요소수 재고도 충분치 않다. 포스코가 보유한 요소수 재고는 약 1개월 치에 불과하며, 한국전력은 공급 업체가 가격 인상 부담으로 계약 해지를 거론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산업용 요소수 공급은 주변 여건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커 내부적으로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라며 “운송 파트너사들은 요소수를 사용하지 않는 일반차량 가동율을 높이고, 해송이나 철송 등 다른 운송 수단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소수 공급이 기약이 없다는 점도 대기업의 주름살을 깊게 만드는 요인이다. 국내 요소수 시장의 50%를 점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 역시 오는 12월이면 보유 중인 요소 물량이 바닥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요소수 대란과 맞물려 재고 소진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달 말 모두 동이 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다.
요소수 생산을 위해 중국에서 요소 수입이 하루빨리 재개돼야 하지만, 중국 업체와 계약한 물량은 지난달 15일부터 현지 통관 검사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에 요소를 많이 수출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에 수출 물량 확대를 요청했다.
당장 차량에 들어가는 요소수를 중심으로 품귀 사태가 속출하고 있지만, 요소 수입이 장기간 지연되면 산업 현장 전반에서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정밀화학이 들여오는 요소는 차량용 외에도 공업용과 농업용으로도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어서다.
롯데정밀화학은 임시방편으로 수입선을 대체해 러시아에서 요소를 들여오기로 했다. 러시아산 요소는 내년 1월부터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물량은 기존 중국으로부터 수입해온 물량의 10% 수준에 불과하다. 현재의 요소수 대란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편 정부는 산업용 요소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실제 현장에서는 적용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산업 현장에서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을 제거하기 위해 요소수를 활용하고 있지만, 경유차에 투입하는 요소수보다 불순물이 많아 순도가 낮아 차량용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정부 차원의 현실성 있는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찬수 기자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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