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불도저 SOC 예산시대는 끝나고, 큰 돈 들이지 않고도 다양한 곳에서 사려깊게 감성을 보듬어 주는 예산집행의 시대.”
이 말은 20조~30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검찰 등의 철퇴가 내려지던 10년전부터 예산을 다루는 행정부, 입법부의 뜻있는 전문가들 사이에 금과옥조 처럼 회자되던 격언이다.
그런데, 요즘도 행정부의 기획재정부, 입법부의 예산결산위원회에 말을 잘 넣어 50억원을 따냈느니, 100억원을 받아냈느니 자랑하는 국회의원의 보도자료는 끊이지 않는다.
예산안 계수조정 이전의 초안에는 없는 내용, 사용 항목이 기재돼 있지 않은 예비비, 각종 특별기금 등을 통해 특별 자금을 자신이 생산해 냈고, 이는 자기 능력이라는 점을 지역구 주민 등에게 알리려는 목적이다.
국회의원들의 공식 보도자료가 허위사실은 아닐진대, 바꿔말하면 100억원 안팎의 돈은 산업 간 형평성, 지역 간 균형발전, 미처 돌보지 못한 음지에 대한 특별지원, 미래 산업 및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투자 등 올바른 예산 편성·집행의 방향성과는 별개로, 내키면 내어주기도 하고, 싫으면 삭제하는 수준이고, 이런 관행이 아직 이어지고 있을지도 있다는 의심을 낳는다.
50억원이면 코로나 사태로 폭망한 중소영세 여행사 100곳의 회생자금이 될 수 있고, 100억원이면 청년창업기업 300곳의 연구개발 마중물이 되는 액수이다.
50억, 100억원은 한해 예산 600조원을 만지는 행정-입법부 예산 당국이 보기엔 푼돈 중의 푼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2년간 사실상의 경영마비 상태였던 여행업계로서는 가뭄의 단비가 아닐수 없다. 이런 가랑비가 몇 번만 와도 당장 100만 여행업 종사자와 그 가족들을 1차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현대적 의미의 감성 보듬기 예산집행이다. 거액은 아니지만 가장 상처가 큰 국민들의 환부에 응급약 투여하고 실밥 뺄 때 봉합연고 더 주는 식이다.
만약 기획재정부가 여전히 몇몇 싸움닭 또는 거물급 국회의원 눈치보기, 다른 부처 ‘군기 잡기’ 차원에서 50억원, 100억원을 갖고, 예산편성의 원칙을 어긴 채, 여긴 주고 저긴 안주는 식이라면, 탄핵을 받아도 마땅한 지경이다. 그런 것은 아니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러나, 더 심하게 피해받은 곳에 가장 적은 지원을 하는 최근 행태를 목도하면서, 의구심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한편으론 주무 부처가 기획재정부를 설득하는 노력을 안했나 싶기도 하다.
여행객들 개개인의 오만가지 까다로운 주문을 다 받아주면서 착한 것이 몸에 밴 여행사들의 단체가 최근 “현 정부와 국회가 죽어가는 여행업을 제외한 손실보상법을 제정해 여행업을 홀대하고 있고, 관광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100만 여행업 종사자와 가족들은 정부와 국회의 무책임한 대응에 분노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여행업협회는 “여행업은 각종 제한조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업종이며, 매출 제로(0)의 상황이 계속되고 회복시기도 알 수 없어 피해상황에 합당한 현실적인 피해지원 대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여당 국회의원들(간사 박정) 조차 참다 못해 실증적 자료를 들이밀면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문화관광업종에 가장 적게 지원하고 있는 정부를 질타했다.
의원들은 올해 3분기 손실보상금은 80만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총 2조4000억원이 지급될 계획이고 현재 약 58%가 지급되었지만, 일부 문화예술, 체육, 관광 분야 업종은 타 산업과 비교했을 때 피해가 심각한 수준임에도, 정부의 직접 조치가 없었다는 이유로 손실보상 대상에서 제외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각종 자료는 팬데믹 이전 대비 매출이 관광분야 -70%가량, 예술스포츠여가 -30%, 숙박음식점은 -19%를 기록했다. 의원들은 문화체육관광분야 매출 피해는 타 산업의 최고 8배라면서 ‘가칭 특별회생지원금’을 통한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일단 1000억원의 예산이 투여되면 된다고도 했다. 대상 업종은 여행업, 호텔업, 전시 컨벤션 행사업, 유원지 및 테마파크업, 공연업, 영화관, 스포츠시설업, 한복제조업 등 31개라고 적시했다.
1000억원이면 기획재정부가 거물급 정치인 5명과 ‘아무나’ 정치인 10명에게 적당한 논리로 한 해에 쥐어줄 수 있는 돈이다. 전체 예산의 6000분의 1이다. 연봉 6000만원인 가장이 만원짜리 딱 한 장 쓰는 것과 같다.
오랜만에 총리가 조만간 관광업 회생을 언급한다고 한다. 총리는 전 정권 말기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기억할 것이다. 요즘 예산,공공기금 집행하는 꼴을 보면서 우리 사회 일각에서 그 말이 다시 들리고 있다. 아픈 국민을 가난하게 한 채, 정부만 부자로 남아 뭘 하겠다는 건 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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