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탓 ‘고통의 11월’ 보내는 직장인

“위드 코로나 이후 ‘회식무새’ 된 부장”

회식 많은데다가 귀가마저 쉽지 않아

“킥보드까지 총동원”…‘웃픈’ 귀갓길

“확진자 4000명 육박하는데 걱정돼”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이후 회식을 하도 해서…. 몇 번 했는지 기억이 안 나요” 3년차 직장인 정모(26) 씨에게 11월은 ‘회식의 달’이었다. 점심과 저녁을 가리지 않고 직장 상사와 업무차 만나는 사람들은 정씨에게 술잔을 건넸다. 그래서였을까. 결국 정씨가 다니는 직장은 회사에 밀접 접촉자가 나와 이번주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정씨는 “위드 코로나이기도 하고 백신을 맞아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이 많았다”며 “재택근무를 계기로 직장 사람들이 경각심을 가지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시행이 한 달 가까이 되는 가운데 ‘무한회식’으로 곡소리를 내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 달 1일 이후 재택근무가 끝나면서 오랜만에 만난 상사·동료와 회식 자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은 원하지 않는 술자리로 스트레스를 받는 데다, 심야 시간에 택시가 잡히지 않아 퇴근길마저 힘겨운 상황이다. 날이 갈수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까지 늘고 있어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술자리 가질 때마다 ‘현타’ 찾아와”

IT회사에 근무하는 박모(34) 씨도 최근 회식 스트레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박씨는 “한 번 술을 마시면 끝장을 보는 분위기라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너무 힘들고,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온다”며 “최근 수술을 해서 술을 자제하려고 하는데 위드 코로나 이후 거절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2주 동안 익명으로 회식을 비판하는 글만 30여 건이 올라왔다. 그 중에서도 입만 열면 앵무새처럼 회식을 말하는 상사를 비꼬는 말인 ‘회식무새’에 대한 댓글이 늘었다. 공기업 직원이라 밝힌 한 작성자는 “이 시국에 회식을 진행하면서 보안은 지키라고 하는데 어이가 없었다”며 “제발 술은 집에서 먹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만석 심야버스 등 동원…‘혼신의 퇴근길’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승객으로 꽉 찬 한 심야버스 모습. [독자 제공]
금요일에서 토요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승객으로 꽉 찬 한 심야버스 모습. [독자 제공]

문제는 회식 스트레스도 심한데 귀가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이후 택시가 많이 줄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귀가하는 ‘혼신의 퇴근길’이 이어지고 있다. 늦은 시간에 만석에 가까운 심야버스 타기, 장시간 걷기, 전동킥보드 타기 등이 대표적이다.

회식이 많은 마케팅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모(29) 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있는 집을 가기 위해 11월 한 달 동안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했다. 김씨는 “심야버스를 타보기도 하고, 1만원 주고 갈 거리를 카카오T 블랙을 불러 웃돈 주고 6만원 내고 집에 가기도 했다”며 “강남(지역)에서 집에 가려 따릉이나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도 있었다. 술을 먹고 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최모(32) 씨는 회식 후 택시를 잡기 위해 칼바람을 헤치며 3㎞ 넘는 거리를 40분 동안 걸었다. 최씨는 “밤 11시부터 IFC몰 인근에서는 택시를 못 잡는다고 해도 무방하다”며 “택시를 잡을 수 있는 곳을 찾다 (동작구 대방동)공군회관까지 갔다”고 말했다.

“연말 되면 더 할텐데”…벌써 걱정 태산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 확진자 수도 직장인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26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는 3901명으로 4000명을 육박했다. 위중증 환자는 617명으로 나흘째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직장인들은 회식·모임이 많은 12월이 걱정이다. 박씨는 “12월 되면 송년회 해야 한다면서 술자리를 잡을 텐데 걱정이 많다”며 “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마시면 되는데 자꾸 아랫 사람과 함께하려 하고, 회식 안 가면 서운해하니까 속 터진다”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