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매우 이상하다. 단지 다른 나라에서 유사한 기관을 찾을 수가 없어서만은 아니다. 검찰개혁의 상징처럼 도입된 공수처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어서다.
공수처는 지난 10월에 고발 사주 의혹 관련해서 손준성 검사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됐다. 그러면 공수처는 당연히 손 검사를 소환해서 조사해야 했는데도 체포영장이 기각되자마자 불과 5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또다시 기각됏다.
체포와 구속은 목적 자체가 엄연히 다르다. 체포는 피의자에 대한 인치를 목적으로 한다. 피의자를 조사한 다음에 구속 사유가 있으면 그때 가서 영장을 청구한다. 따라서 체포영장이 기각된 다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는 단순히 영장을 청구하는 시기 문제가 아니라 인신 구속을 제한하는 형사법의 대원칙이다. 그런데 공수처는 이를 철저히 외면하고 무리하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망신만 당했다.
공수처는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한 달 만에 손 검사에 대해 또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물론 구속 사유가 존재하면 당연히 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 범죄 혐의가 증명되면 손 검사는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공수처의 수사 방식은 상당히 불편하다. 언론에 보도된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전 상황을 보자. 손 검사 측과 공수처는 조사일자를 협의 중이었다. 공수처는 “내부 검토 후 출석시기에 대해 안내드리겠습니다. 금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라고 손 검사 변호인에 문자를 보냈다. 그러고 나서는 바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었다면 손 검사 측에 방어권 보장을 위해서라도 출석시기 안내가 아니라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통보했어야 한다. 이쯤 됐으면 공수처는 수사 욕심에 피의자 인권은 엿으로 바꿔먹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수처가 수사 절차적으로 논란이 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다. 피의자인 이성윤 검사장을 관용차로 몰래 공수처에 오게 했다고 해서 ‘황제 조사’ 논란이 있었고, 이성윤 공소장 유출과 관련해서 박범계 장관의 지시를 받은 대검 감찰부에서도 수사팀에서 유출이 되지 않았다고 결론이 났음에도 무리하게 대검 서버를 압수수색하다가 절차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김웅 의원에 대한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김 의원의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압수할 물건에 해당하지 않는 물건을 수색한 결과 법원이 위법한 압수수색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의 권한은 법적으로 아주 막강하다. 수사 대상인 고위 공직자만 해도 7000명이 넘는다. 판사, 검사 등에 대해서는 기소 권한까지 있다. 그러나 공수처에 대한 아무런 견제장치도, 공수처 내부에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만일 경찰이 피의자를 관용차로 몰래 경찰서에 오게 했다면 아마도 수사책임자들의 문책이 뒤따랐을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는 어떤 방식으로 수사해도, 법원에서 번번이 망신을 당해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검찰을 견제하고 과거 검찰의 일부 반인권적인 수사 폐해를 개혁하기 위해 도입된 공수처가 오히려 기본적인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는 소식이 반복해서 들린다.
올해 1월에 출범한 공수처가 현재까지 수사 종결한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에 대한 수사 딱 한 건뿐이다. 이 사건은 이미 감사원에서 조사가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실제로 공수처가 결론을 내린 사건은 한 건도 없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서는 절차 위반을 초래하면서 무리하게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무런 성과가 없는 것보다도 무리한 수사, 위법한 수사가 더욱 큰 문제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구속하면 수사 과정의 논란도 모두 치유될 것으로 믿는 것 같다. 큰 착각이다. 공수처는 지금 과거 검찰의 폐해를 답습하고 있을 뿐이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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