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예산 심사 마치고 예결위 시작, 16일 본회의 회부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서울시의회가 상임위원회별 내년도 서울시 예산안 심사에서 오세훈 시장의 공약사업 예산을 줄줄이 삭감한 가운데 3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열려 서울시와 시의회 간 예산 전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체 110석 중 더불어민주당이 99석을 점하고 있는 시의회는 상임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오 시장이 대폭 삭감한 예산은 되살리고, 오 시장이 역점 추진하는 사업 예산은 대폭 삭감하는 등 정면 충돌하고 있다. 오 시장이 ‘서울시 바로세우기’라는 명목으로 전임 시장이 추진하던 정책을 뒤집고, 본인 브랜드를 내건 새 사업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앞서 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일 예산안 심사에서 내년 안심소득 시범사업 예산 74억원 전액과 서울형 헬스케어 시스템 구축 예산 60억8000만원 전액을 삭감하는 안을 가결했다.
안심소득은 기준소득에 못 미치는 가계소득 부족분을 시가 일정 부분 채워주겠다며 도입추진 중인 저소득층 소득보장제도다.
시는 내년 500가구에 이어 2023년 300가구에 안심소득(4인 가구 최대 217만원)을 지급할 계획이지만, 시의회에서는 지원 대상이 턱없이 적어 ‘로또’와 다름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서울형 헬스케어 시범 사업인 ‘온서울 건강온’은 서울시가 시민 5만명에게 스마트밴드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건강 관리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지난달 진행된 1·2차 참가자 모집은 신청자들이 몰리며 조기 마감됐다.
그러나 이번 시의회 복지위 심사에서 “아직 상위법의 행정적, 재정적 지원 근거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행정자치위원회에서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서울런’ 관련 예산 168억원이 전액 삭감됐다. 또 청년들에게 1인당 연간 10만원의 대중교통비를 지원하는 청년대중교통지원 예산 153억원도 모두 깎였다.
반면 시가 대폭 삭감했던 사업 예산은 줄줄이 복원됐다.
고 박원순 전 시장이 도입했던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 예산은 서울시가 올해(40억원) 수준에서 12억원을 줄였지만, 시의회는 다시 40억원으로 되돌렸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지원사업 예산은 시가 올해(125억원) 대비 65억원 줄였지만, 시의회가 다시 125억원으로 복원시켰다. 자치회관 운영 및 주민자치회 활성화 지원 예산 역시 올해(143억원)분에서 91원이 삭감됐다가 시의회가 80억원을 증액시켜 삭감액 대부분이 회복됐다.
지난달 30일 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서울시의 내년 TBS(교통방송) 출연금을 136억원 증액하는 안도 가결했다. 서울시가 삭감한 출연분 123억원을 전액 복원하고, 여기에 추가로 13억원을 추가 증액한 것이다.
전날인 29일에는 도시계획관리위원회가 서울시가 43억원 삭감한 도시재생지원센터 예산을 복원했다.
반면 오세훈 시장의 역점 사업인 ‘지천 르네상스’ 관련 수변중심 도시공간 혁신 예산 32억원은 전액 삭감했고, 또 다른 역점사업인 장기전세주택 건설 추진 출자금은 40억원 깎았다.
상임위원회 심사 결과는 3일부터 열리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겨진다.
예결위는 상임위 심사 결과를 토대로 본심사를 한 뒤 예산안을 조정해 16일 예정된 본회의에 상정한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증액되면 본회의 전 상임위 동의를 다시 받아야 한다. 그러나 민주당이 시의회 절대 다수인 상황에서 상임위 차원에서 가결된 예산안이 크게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시가 시의회에서 통과된 예산안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으나, 시의회가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재의결하면 이 또한 사실상 일단락된다.
이에 불복한 서울시가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소지도 없지 않다.
양측 갈등이 계속돼 연말까지 예산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준예산 체제를 맞을 수도 있다. 준예산 체제는 공무원 임금 등 필수적인 항목만 지출하는 단계로, 시가 추진하는 각종 사업이 올스톱돼 극심한 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이에 시와 시의회가 최종적으로는 타협을 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원칙과 기준에 입각해 최대한 시의회와 원만한 예산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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