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확대에 곱잖은 시선들
방역패스 의무시설 16곳 적용
“또 식당만”...업주들 부글부글
미접종자 “외출 자체가 어려워”
“요즘 돌파감염도 많다는데 ‘방역 패스’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6일 오전 8시께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카페. 출근길 커피를 사러 온 직장인들로 분주한 가운데 직원 김모(38) 씨는 혹시나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이 있을까 싶어 오는 사람마다 “매장 이용하시나요”라고 연신 물었다. 김씨는 정부의 방역 패스 확대 정책에 반신반의했다.
김씨는 “단체로 온 손님들 사이에서 접종완료자와 미접종자를 구별하기 쉽지 않다”며 “어르신 손님 중에는 백신 맞았다며 우기는 분도 많은데 그분들과 실랑이 벌일 생각을 하니 아득하다”고 말했다.
방역 패스 확대가 시작된 첫날, 새로운 방역수칙을 두고 시민들은 아쉬움을 쏟아냈다. 이날 0시부터 방역 패스 의무 적용 시설이 기존 5곳에서 16곳로 확대되면서 식당·카페는 물론 영화관·공연장·학원도 접종완료자여야 이용 가능하다. 방역패스 정책 효과와 기준을 두고 현장에서 불만이 제기되면서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A 카페에서 1㎞ 떨어진 곳에 있는 영등포구 B 국밥집 직원 박모(48) 씨는 백화점, 마트 등 일부 시설에 방역 패스가 적용 안 된 것에 분노했다. 박씨는 “방역패스 확대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근데 왜 식당에만 적용하느냐”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특정 장소에서는 안 걸리는 건 아니지 않나. 급하게 정책을 만들다 보니 형평성에 어긋난 규정을 내놓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의 가장 큰 불만은 ‘의무시설 기준’이다. 이번 정책에서 백화점·마트 같은 대형 시설뿐만 아니라 골프장·놀이공원 같은 곳도 제외됐다. 이를 두고 올해까지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 타격을 입었던 식당·카페가 또 다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88만여 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 자영업자 인터넷 카페에서는 “직원이 부족한 1인 사업장의 경우 주방에서 일하다가 출입구에서 대기해야 할 판”, “점심·저녁 손님이 몰릴 때에는 접종완료자·미접종자를 구별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등 걱정하는 사장님들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시민 복지와 연관된 공공시설에만 제한을 적용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물관·미술관·도서관은 물론 과학관까지 방역 패스 의무 시설에 포함되면서 청소년들의 이용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마케팅 일을 하고 있는 직장인 김모(28) 씨는 “업종 특성상 미술관을 자주 방문하는데 이번 정책으로 박물관·미술관처럼 시민들의 복지를 담당하는 시설이 위축될까 걱정된다”며 “방역 패스 적용 자체가 ‘위험한 시설’이라는 낙인을 줄 수 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역 패스 적용 대상인 백신 미접종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기저질환으로 백신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직장인 신모(30) 씨는 이날부터 직장 동료들과 함께 식당에 가더라도 ‘혼밥’을 해야 한다.
신씨는 “방역 패스에 적용 안 되려면 의사소견서가 필요한데, ‘특정 질환 때문에 백신을 맞기 어렵다’는 소견서를 써 줄 의사를 찾기 쉽지 않다”며 “미접종자에 대한 대책 없이 무작정 방역 패스를 적용하니 외출 자체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혼란을 막기 위해 1주일간의 계도 기간을 마련할 방침이다. 오는 13일부터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이 방역수칙을 위반했을 때에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시설 관리자나 운영자에게는 1차 위반 시 150만원·2차 위반 이상부터는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서 지난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은 방역대책 강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방역 패스 확대 시행 과정에서 전자출입명부 설치 비용 등이 영세한 업체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부담을 덜어 드릴 수 있는 방안을 관계 부처 간 논의를 거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빛나 기자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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