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고독한 예술 장르 무용의 고뇌와 변신
국립부산국악원 24일 ‘무아(舞我)의 시간’
단원들의 안무, 과거(전통)-현재(창작) 연결
박접무, 포구락, 통영검무, 진주교방굿 재해석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인간의 문화를 예술로 표현하는 장르 중 무용이 가장 고독하다. 감정과 의지를 동작만으로 표현하는 예술 장르다.
동작으로 온갖 메시지와 느낌을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무용수들은 인간과 자연, 사회에 대한 깊은 탐구, 예술적 구현방법을 찾으려 고뇌한다.
신속한 감흥 전달 면에서 무용은 K-팝의 반대말이라고 할 정도로 더디다. 대중적 센세이션이 가장 적기에 고독하고, K-팝으로 혹은 그나마 대중이 조금 알아주는 발레로 전향하지만 이 바닥을 지키는 무용수들에겐 자부심이 있다.
언어와 음악 이전에 인간의 몸짓이 있었고, 무용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몸짓은 가장 근원적 예술 장르라는 자부심 하나로 버티는 것이다. 무용수와 얘기하다 보면 다른 예술에 비해 인문학적 소양이 매우 높음에 놀랐다가 금세 이들의 분투에 수긍한다.
예술 장르 중 무용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인간을 근원부터 오롯이 탐구하려는 현인이자, 배려심 깊은 귀인이다.
퓨전 국악이 인기를 끄는 가운데 퓨전 무용이 부산에서 거보를 내딛는다. 국립부산국악원(원장 이정엽)은 무용단 기획공연 ‘무아舞我의 시간’을 오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7시30분에 예지당서 한다.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예술감독 정신혜)은 2020년부터 춤을 추는 사람, 즉 무아(舞我)를 주제로 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무아 시리즈 첫 번째 ‘무아삼일’은 30인의 무용단원이 3일간 전통춤을 선보였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했다.
2021년 상반기에는 창작무용 ‘무아, 바람 딛고 오르다’를 선보였다. 우리 악기를 여덟 가지 재료에 따라 분류한 팔음(八音)을 소재로 악(樂)에 담겨 있는 의미와 자연의 소리를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전통에서 시작해 창작으로 이어지는 무아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은 ‘무아舞我의 시간’이다. ‘무아舞我의 시간’은 국립부산국악원 무용단원들의 안무로 궁중정재 ‘박접무’ ‘포구락’, 영남춤 ‘통영검무’ ‘진주교방굿거리춤’을 재해석한다.
김민정·손효진 단원이 공동으로 안무한 작품으로 고려 문종 때부터 내려온 궁중정재이자 유희무 ‘포구락’을 소재로 하였다. 950년 전의 놀이가 ‘포구락’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 것처럼 2021년 우리의 삶을 유희적으로 해석했다.
‘그리고, 홀’은 경남 통영에서 전승되는 칼춤인 국가무형문화재 제21호 ‘통영검무’를 이도영 단원의 안무로 새롭게 그려본다. 파도처럼 밀었다가 밀려나는 진격태의 춤사위로 여러 인간관계 속에서 홀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 모습으로 풀고자 했다.
‘물밑소리’는 경남무형문화재 제21호로 지정된 ‘진주교방굿거리춤’을 모티프로 한 최현지 단원의 안무작이다. 수천년을 고요히 흘러온 진주 남강이 지닌 절제, 절개, 상상할 수 있는 긴 시간 들을 춤과 소리로 어떻게 풀어낼지가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봄날, 쌍쌍이 노니는 나비의 모습을 춤으로 형상화한 ‘박접무’는 순조 28년(1828년) 효명세자가 창작한 춤이다. 나비의 생은 짧다. 효명세자의 삶도 그랬다. ‘박접무’를 재해석 한 김성수 단원의 작품에서 나비로 날아와 연경당 꽃 사이를 춤추고 있는 효명세자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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