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파키스탄은 아시아 경제 혁신국이었다. 1947년 증권거래소 개장, 1949년 제너럴모터스(GM) 및 1954년 포드 자동차 조립생산 시작 등.

우리나라가 6·25전쟁의 상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1950~1960년대, 파키스탄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독립한 신생국 중 견실한 산업화를 이어가던 나라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파키스탄과 연관된 단어는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이 더 많다. 아프가니스탄 사태, 알카에다, 인도와의 분쟁 등.

여러 위기를 겪고 있지만 우리 기업에 파키스탄은 여전히 기회의 땅이다. 파키스탄은 2억2000만명의 세계 인구 6위 거대시장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주변국과 비교해보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3.9% 경제성장을 2021 회계연도에 일궈냈다.

파키스탄 정부는 ‘새로운 파키스탄(Naya Pakistan)’이란 구호 아래 적극적인 경제개혁을 추진 중이다. 자동차·전기차·모바일 통신 산업정책 등 미래 신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성장 잠재력도 풍부하다. 15~29세 청년층 인구가 전체 인구의 60%를 넘는다. 파키스탄 근로자들은 영어가 가능하고 기술 습득이 빠르다. 임금은 저렴하다. 30만명의 영어 가능 IT 인력들이 파키스탄 IT산업 현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또 지리적으로 파키스탄은 중앙아시아 및 중동·아프리카의 진출 관문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살펴보면 우리 기업들의 파키스탄 진출도 적지 않다. 2010년대 초반 롯데제과는 파키스탄에 진출, 초코파이 등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기아도 현지 대기업인 럭키시멘트와 협력해 카라치에 조립공장을 세우고 2019년부터 현지 생산을 하고 있다.

파키스탄 기업들도 한국 기업과 협력을 절실히 원하고 있다. 자동차부품 현지화에 대비해 한국 자동차 부품사와 협력을 원하는 현지 1차 벤더들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의 전기차 산업육성정책에 따라 한국의 전기차 관련 기업을 찾는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K-컬처’ 붐도 무시 못 할 수준이다. 10월에는 주파키스탄 대한민국 대사관 카라치 분관에서 케이팝 경연대회가 열렸다. 파키스탄의 10대들이 부모님들과 함께 경연대회에 참석해 한국 아이돌 그룹의 노래를 다같이 따라 부르고 댄스 동작을 따라 하는데 그 열기가 대단했다. 이렇듯 파키스탄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물론 파키스탄에서 사업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재정위기로 인해 여전히 IMF 관리체제에 놓여 있고 환율 불안, 물가 불안 등의 요소가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기업들은 경쟁국 기업들이 주저할 때 인도, 러시아, 중동·아프리카에 진출해 시장을 선점해 나갔던 경험이 있다.

파키스탄과 같은 신흥시장은 시장 선점의 효과가 더욱 중요하다. 중국 등 경쟁국 기업들이 파키스탄 시장에서 점점 더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신성장 산업 선점 효과와 우리 기업들의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 기업과 공공 부문이 협력해 진출 기반을 마련할 때다.

김성재 코트라 카라치무역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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