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 이튿날 숨진 채 발견
‘황무성 사직 강요’ 규명 불가능
대장동 개발사업 과정에서 황무성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에게 사퇴를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았던 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이 돌연 숨진 채 발견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직권남용 의혹 수사는 물론, 대장동 의혹 잔여 수사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오는 14일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문성관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릴 예정이던 유씨의 영장심사는 열리지 않게 됐다. 전날 검찰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14일 구속 여부가 가려질 예정이었으나 유씨가 이날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심문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이 전날 법원에 제출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유씨가 화천대유 측 민간사업자들로부터 대장동 개발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청탁 명목으로 2억원을 받은 혐의 부분만 담겼다. 황 초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의 사퇴를 종용했다는 의혹 부분은 영장 청구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때문에 수사팀이 우선 유씨의 신병을 확보한 후 관련 수사를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런데 황 전 사장의 사퇴를 종용한 인물로 지목된 유씨가 사망하면서 황 전 사장 사퇴에 부당한 압력이 있었는지에 관한 규명작업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앞서 황 전 사장이 공개한 사퇴 종용 녹취록에서 유씨는 대화 상대방으로 등장한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유씨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정진상 전 성남시 정책실장의 뜻이라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독촉한다.
녹취록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후 지난 10월 유씨는 유동규 전 본부장, 정 전 실장 등과 직권남용 및 강요 혐의로 고발됐다.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도 이들의 공범으로 함께 고발됐다.
아울러 대장동 수사의 빈틈을 메울 수 있는 또 다른 ‘키맨’으로 꼽혔던 유씨가 사망하면서 남은 의혹 전반에 대한 수사에도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에 이어 공사 내 2인자라는 의미로 ‘유투’로 불렸던 유씨는 2015년 대장동 개발을 위한 민간사업자 컨소시엄 선정 과정에 참여했다. 1차 평가에선 평가위원장, 2차 평가에선 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화천대유가 속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는 과정에 관여했던 셈이다. 화천대유가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게 된 과정 전반에 유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유동규 전 본부장을 포함한 윗선과 어떤 논의가 이뤄졌는지에 대해 구체적 확인이 필요했지만 더는 확인할 수 없게 됐다. 나아가 최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던 유씨가 영장심사를 앞두고 돌연 사망했다는 점에서 수사팀이 대장동 수사 동력 자체를 계속 이어가기 어렵게 됐다.
경기 일산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유씨는 이날 오전 경기 고양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전 7시40분께 한 아파트단지에서 유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발견된 장소는 자택 근처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유씨의 가족은 이날 오전 4시10분께 그가 유서를 남기고 집을 나갔다는 내용의 실종 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유씨의 가족들은 유서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대용·유동현 기자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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