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한국 제조업 GDP 비중 30% 밑돌아
국내기업 해외투자, 해외기업 국내투자의 3.8배
디스플레이·車 등 中 추격…주력 산업 지위 흔들
“규제 네거티브 시스템…미국식 원포투룰 도입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 지난 10년 간 한국 제조업이 국가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밑도는 등 ‘빨간불’이 켜졌다. 규제 네거티브 제도 도입과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 등 구조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은 22일 서초동 자동차회관에서 ‘우리 제조업의 위기와 대응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 15회 산업발전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 제조업은 GDP 중 비중이 하락세를 보이는 등 우리 제조업은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산업연합포럼에 따르면 GDP 중 제조업 비중은 2010년 30.2%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30%를 밑돌았다. 전체 고용 중 제조업 고용 비중도 2006년 20.9%에서 꾸준히 내리막길을 보이며 2019년 18.1%까지 하락했다.
제조업 해외직접투자(ODI)와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경우 2004년 균형을 이뤘지만, 2017년 이후 ODI가 급증하면서 2019년 186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FDI는 크게 늘지 않아 2019년 49억 달러에 그쳤다. 국내 제조업체가 해외에 투자한 규모는 해외 기업이 국내에 투자한 규모의 3.8배에 달했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면서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드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그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중장기적으로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은 우리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
▶中 추격에 시달리는 주력 산업= 급격히 팽창하는 중국의 제조업 역량은 우리 제조업의 가장 큰 위협 요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조강 능력은 7000만t이었다. 이에 비해 중국은 17억t으로 2배 이상으로 커졌다. 지난 2012년 이후 글로벌 신규 조선 수주량 역시 중국이 한국을 추월한 상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발 공급 과잉에 따라 액정표시장치(LCD)가격이 하락하면서 한국의 수출이 급격하게 줄었다.
또 중국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14년 9%에서 2020년 3.5%로 떨어졌다.
▶안갯속 대외 환경= 한국 제조업이 헤쳐나가야 할 국내외 여건도 녹록치 않다. 코로나19의 변종이 지속적으로 출현하며 경기 침체는 가속하는 가운데 공급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있어서다.
특히 중국은 희토류 등 신성장 산업 수요가 크고 자국 의존도가 높은 자원을 정치·경제적 무기로 삼고 있다. 그 영향으로 니켈, 코발트 등 탄소중립 정책과 연관된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강화하는 탄소 국경세 등 환경 규제도 걸림돌이다. 이는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은 제조업의 디지털화를 무기삼아 다시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고 나서고 있다. 신흥국의 저임금에 시달리던 한국 제조업의 경쟁 상대가 이제 선진국으로 확장된 셈이다.
▶생산비용 오르고 기업여건은 악화= 인건비 등 생산비용이 상승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등 기업 규제가 강화되자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시아 지역으로 나가는 기업은 늘고 있다.
실제 한국의 1인당 노동비용 연평균 증가율(2010~2018년)은 5.2%로 미국(2.4%)과 2배 이상이 차이가 났다. 제조업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5년 이후 10%를 웃돌았다.
낮은 인건비를 찾아 베트남으로 빠져나간 우리 기업의 제조업 투자액은 2016년 17억8000만 달러 수준에서 2019년 26억1000만 달러로 늘었다. 중국으로 향하는 기업 투자 역시 같은 기간 25억4000만달러에서 54억 30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조세와 규제, 시장 개방도 및 금융 자유도 등에서 선진국 대비 투자 매력은 떨어졌다. AT 커니(AT Kearny)의 FDI 신뢰지수 발표를 살펴보면 한국의 투자 신뢰도는 1.71점으로 21위에 그쳤다. 1위 미국(2.17점)은 물론 5위인 일본(1.98점)과 대조적이다.
통상임금 확대와 불법 파견 판결 확대 등으로 노동 유연성도 떨어지고 있다. 기업이 대응하기 어려운 수준의 기업 규제까지 크게 늘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 경쟁력 중 정부 규제 부담 항목에서 한국은 총 141개국 중 87위로 방글라데시(84위)나 에티오피아(88위) 등 세계 최빈국과 동등한 수준을 보였다.
정만기 회장은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필요한 경쟁력”이라며 “하나의 신규 규제를 도입하면 두 개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는 미국식 투포원룰(two-for-one rule)을 입법화해 기업의 혁신과 창의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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