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거리두기 우울한 연말

도심 골목상권 적막…자영업자들 “또 대출”

홍대 거리 한산…일부는 인원제한 안지켜

전문가들 “국가경제재건계획 필요한 상황”

다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 나흘째인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젊음의 거리의 모습. 사적모임 인원과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제한돼 한산해 보안다(위쪽 사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반발하는 자영업자 단체의 집회를 하루 앞둔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선술집에서 가게 사장이 저녁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연합]
다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작된 지 나흘째인 지난 21일 저녁 서울 마포구 홍대 젊음의 거리의 모습. 사적모임 인원과 식당, 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제한돼 한산해 보안다(위쪽 사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반발하는 자영업자 단체의 집회를 하루 앞둔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의 한 선술집에서 가게 사장이 저녁 장사를 준비하고 있다. 김희량 기자·[연합]

“남은 밥이 너무 많네요. 저 혼자 언제 다 먹죠. 허허....”

토요일인 지난 18일부터 다시 시작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후 손님이 반토막 난 서울 마포구 한 골목의 일본식 라면집. 강화된 거리두기가 시행된 지 나흘째인 지난 21일 오후 9시가 다 된 시각, 마감을 앞둔 사장 A씨는 주먹 만한 비밀 봉지에 남은 밥을 조심히 옮겨 담으며 애써 웃었다.

A씨는 이달 임대료를 5일째 못 내고 있었다. 그는 “거리두기 강화 발표가 나자 단골들이 ‘재택근무를 하게 됐다. 당분간 점심에 못 올 것 같다’며 인사를 하고 가셨다”며 “현금 서비스와 카드로 빚을 어떻게든 막고는 있다. 가게를 지키느라 낸 빚을 생각하면 문 닫을 생각도 못한다”며 힘겹게 말했다.

22일 헤럴드경제가 만난 서울의 자영업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급증에 따른 ‘돌아온 거리두기’ 여파로 이번 겨울을 버텨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이 가득했다. 장어집을 운영하는 정모 씨는 “11월 중순 이후 들어왔던 연말 회식 손님 20여 팀이 다 취소가 됐다. 내년 1월에 진행되는 소상공인 대출을 받아야 이번 겨울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18일부터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멈추고 거리두기 4단계에 준하는 고강도 방역 정책을 시행 중이다. 내년 1월 2일까지 16일간 사적모임 인원이 4명까지 허용되며, 식당, 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된다. 방역수칙 위반 시 이용자는 10만원, 업주는 150만~300만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날 밤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 젊음의 거리는 캐롤과 인파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연말이 실감나지 않았다. 오후 7시22분께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 거리의 식당들은 대체로 한산했다. 술과 식사를 곁들일 수 있는 삼겹살집 등은 그나마 상황이 나았으나 조개구이집, 곱창집 등 주로 2차로 사람들이 찾는 식당들은 한두 테이블만 차 있는 경우가 쉽게 보였다. 빈 가게의 사장은 홀로 TV 뉴스나 휴대전화를 바라보며 손님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기자들이 앉는 벤치는 대부분 비어 있었다.

홍대 젊음의 거리를 지나 골목 상권을 중심으로는 적막감이 가득했다. 오후 8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지만 이미 식기 정리를 끝내고 나갈 채비를 하는 자영업자도 보였다. 설렁탕집을 운영하는 B씨는 “거리에 사람이 없어 마감도 지난주보다 30분 더 당겼다”며 “20팀 가까이 받았는데 위드 코로나 때에 비해 4분의 1 수준으로 손님이 준 거다. 사업 초창기이니 적자가 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달래며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B씨는 개업 후 반년 동안 아직 흑자가 난 달이 한 번도 없다.

오후 8시30분께 인근 한 일식당에서는 “주문되나요”라고 급하게 물으며 식사를 재촉하는 손님들의 모습도 보였다. 20년 가까이 이 가게를 운영한 C씨는 울분을 토했다. C씨는 “나훈아 콘서트에는 수천 명이 모이던데 우리 보곤 방역수칙 안 지키면 150만원을 내란다. 정부가 월 임대료 1000만원을 내 주는 것도 아니면서 나라가 하는 정책이 ‘개판’ 같다”고 말했다.

C씨는 “오늘도 미접종자 두 명씩 두 팀이 식사를 하러 왔는데 차마 따로 드시고 가라고는 못해 돌려보냈다”며 “매번 바뀐 방역수칙을 안내하는 POP물(매장 광고물)을 나눠주는데 내용을 우리가 모르겠냐. 자영업자들이 낸 부가세 갖고 인력 낭비, 세금 낭비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고강도 거리두기로 4명의 인원 제한을 지키지 않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10명 가까운 무리가 무인사진관에서 나오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 무인사진관은 3평 남짓 내부에 사람이 꽉 찰 정도로 사람이 모여있고 문 앞에서도 대기 행렬이 몰렸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아쉬움을 표하는 시민도 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끝내고 친구들과 놀러나왔다는 양모(18) 양은 “(오후) 9시부터 못 논다는 생각을 하니 사진만 찍고 집에 갈 생각이다. 31일 밤 12시에 ‘땡’ 하고 맞춰서 친구들이랑 술 먹는 이벤트도 생각했는데 거리두기로 취소돼 아쉽다”고 말했다.

원래 오전 2시까지 영업했던 한 이자카야에서는 오후 9시 전후로 ‘계산줄’이 갑자기 길어졌다. 이별이 아쉬운 사람들은 포장이 가능한 와플집 앞에 모여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대로로 통하는 길은 영업시간 제한에 맞춰 곳곳에서 나온 손님들의 승용차 행렬로 한때 막히기도 했다.

통계청 고용동향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30%에 가까웠던 자영업자 비중은 올해 9월 19.9%로 급감했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0%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는 장기화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국가적으로 경제재건계획을 수립할 때라고 조언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2년간 자영업, 소상공인, 가계, 기업 등 경제 생태계 전반이 사실상 붕괴됐다”며 “재정 내 한도를 투명하게 공개하면서 경제재건계획을 세워야 한다. 대출 총량 규제만이 능사가 아닌 만큼 코너에 몰려 불법 사채에 빠진 사람은 없는지 등 더욱 더 철저한 당국의 조사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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