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포화로 ‘뽑혀야’ 갈 수 있는 모양새

‘전관 변호사’ 방지 제도 개선 효과 미미

퇴직판사 지난해 68명, 올해 상반기만 81명

[123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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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내년 2월 법관 정기 인사가 다가오는 가운데, 현직 판사들에 대한 로펌들의 이른 평판 조회가 시작되는 등 내년에도 전관 변호사가 많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로펌들은 현직에 있는 고위직 판사들의 평판 조회에 나서고 있다. 과거 판사들이 사표를 내고 이직을 준비하던 것과는 다른 풍경이다.

이전엔 부장판사급 이상 판사들은 대형 로펌에 전관 변호사로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지만, 최근엔 변호사 시장 포화한 탓에 ‘뽑혀야’ 갈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부장판사 출신 대형 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단독 개업을 통한 경제적 이익 보장이 안 되는 상황이 됐다”며 “로펌 역시 1,2명의 전관을 영입하고 나면 더 이상 영입할 만큼 여력이 안 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펌행을 타진하는 숫자가 옛날보다 많이 늘어났고, 반면 로펌의 여력은 사실상 그대로다 보니 결과적으론 로펌에 가기 어려워진 것”이라며 “법원 역시 개혁 1순위로 내세우는 것이 전관예우 문제다 보니, 로펌에서도 전관에 대한 수요가 그렇게까지 크다고 볼 수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다가올 2월 인사 때 법관들의 대규모 퇴직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관 변호사’ 문제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의 효과가 미미한 탓이다. 법원은 법원장급 판사들이 일선 재판부로 복귀하는 ‘평생법관제’ 등 방지책을 도입했지만, ‘판사승진제 폐지’, ‘경력 법조인을 통한 법관 선발’ 등 조직 문화 변화와 맞물리면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법무부가 수임 제한 기간을 늘리기 위해 지난 6월 발의한 변호사법 개정안 역시 여전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계류 중이다. 이 법은 법원·검찰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할 경우 수임 제한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7월 기준)에만 81명이 퇴직했다. 지난해 퇴직 판사가 68명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많이 증가한 수치다. 법관이 퇴직 후 변호사가 되는 ‘전관 변호사’ 문제는 국가가 예산을 들여 길러낸 인재를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변호사 업계 시장 정보를 왜곡할 여지가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졌다. 전관 변호사가 실제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에 대해선 법원과 변호사업계의 시각차가 있지만, 판사 출신이란 ‘간판’으로 인해 업계 시장정보를 왜곡할 여지가 생긴단 점엔 이견이 없는 편이다.


poo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