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병원 관계자 경질했으나 분노 여전
또 다른 네티즌 “응급처치 못해 아버지 사망”
주민들 “훌륭하다는 중국 물류 어찌 먹통”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아무리 코로나 방역이 중요하다고 해도, 사람 목숨만 할까” “이미 아이를 잃었는데 보상이니 책임자 처리니 이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300만 명이 봉쇄된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에서 만삭 임신부가 병원 앞에서 코로나19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 유산하는 일이 벌어져 중국이 발칵 뒤집혔다. 해당 병원은 논란 직후 관계자를 경질하고 보상을 약속했지만 분노한 민심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4일 한 네티즌은 “8개월차 임신부가 코로나19 검사 문제 때문에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고 밖에서 2시간을 기다리다 결국 유산을 했다”며 바닥에 피가 흥건한 영상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올렸다. 이 글과 영상은 ‘시안 임신부’ ‘산시 임신부 병원 앞에서 2시간 기다리다 유산’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사태가 커지자 5일 산시성 시안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전문가를 급파해 병원을 조사한 후 병원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사고가 발생한 가오신(高新)병원의 최고 책임자에 대해 정직 처분을 내려졌고, 진료부와 접수부의 책임자들도 경질됐다.
중국 공산당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는 관련 내용에 대한 사설까지 게재했다. 사설은 “시안의 어떤 병원도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환자의 진료에 영향을 줘서는 안된다. 임신부 등 위급한 환자에게 긴급 통로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설까지 낼 정도로 시안 뿐 아니라 중국 내 분위기가 안좋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6일 또 한 명의 네티즌이 코로나 방역 때문에 응급 조치를 못해 아버지가 사망했다는 사연을 웨이보에 올렸다. ‘타이양화화화00000’이라는 이름의 네티즌은 “지난 2일 아버지가 급성 협심증이 나타나 가오신국제병원을 방문했으나, 고위험지역 거주자라는 이유로 병원을 못 들어갔다. 나중에 몇 군데 병원에 연락했지만 모두 거절 당했다. 8시간이 지난 저녁 10시께 결국 가오신병원에 입원해 수술했으나 시간이 너무 지나서 다음날 새벽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네티즌들은 임신부 유산 사건이 커지자, 그동안 묻혀 있었던 심각한 사고가 하나둘 밝혀지기 시작한다며 분노했다.
봉쇄 2주일째인 시안은 생필품 부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중국 특유의 관료주의식 방역 절차만 강조하고 있어 주민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심지어 먹거리가 제때에 공급되지 않자 주민들이 음식과 생활용품을 서로 교환하는 영상을 올리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외부에 알리고 있다.
한 네티즌은 “시안에 식료품이 부족한 게 아니라 물류가 문제”라며 “중국의 그 잘난 이커머스 배달만 작동을 해도 문제가 없을것인데, 어떻게 먹통이냐”며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