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지휘관은 고도의 판단력 필요
행정 위주 승진, 현 제도 문제점
3명의 소방관이 순직한 평택 물류센터 화재 당시 공사 관계자는 작업자가 모두 탈출했다고 전달했지만 내부에 작업자가 남았다는 증언이 나와 내부 수색이 계속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화재에 취약한 물류센터의 특성을 고려해 소방관들의 4차 검색 투입까지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현장 지휘관의 판단력을 높일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년 이상의 소방관 경력을 가진 손원배 초당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현장 지휘관들의 지휘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현장은 매뉴얼이 100% 정답이라 할 수 없다. 변화무쌍한 변수와 상황 속에서 고도의 판단 능력을 지휘관들이 발휘해야 하는데 현장 경험 부족은, 실습이 부족한 의사에게 수술을 맡기는 위험과도 같다”고 설명했다.
손 교수는 화재 진압·인명구조 등 외근 경험자들보다 행정 경력·간부후보생 출신 위주의 승진이 이뤄지는 제도를 원인으로 짚었다. 이에 따라 현장 지휘관의 현장 경력이 지휘를 받은 대원들보다 현저하게 적은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소방관의 입직 경로는 크게 간부후보생과 비간부후보생 2가지다. 2021년 12월 기준 전체 소방공무원 6만1206명 중 639명(1.04%)가 간부후보생 출신이다. 지난해 국감에서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이 분석한 ‘간부급 소방공무원 현장근무경력 현황’에 따르면 소방령 이상 간부후보생 출신 367명의 평균 총 근무경력은 20년 6개월로, 이들의 실제 화재진압·구조·구급 현장 경력은 평균 10개월이었다. 간부후보생을 제외한 소방령 이상 간부 828명의 평균 총 근무기간은 29년 6개월로 이들의 현장 경력은 9년 10개월이었다.
손 교수는 “소방관은 경찰·해경·군과 같은 특정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현장 경험보다는 ‘계급’이 우선되고 따라서 현장 경험이 풍부한 하급자의 상황판단이 지휘체계에서 무시되는 모순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방청이 지휘관의 계급을 올리는 방식으로 지휘체계를 강화한다는데, 그럼 지휘통솔력은 향상될지라도 현장대응력 자체가 근본적으로 올라가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승진임용제도의 개선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손 교수는 “현재 내근 중심의 승진제도를 바꾸고 최소 외근 근무 경력을 승진 자격요건에 명문화할 수 있도록 법령의 변화가 필요하다. 또 다른 순직을 반복하지 않고 출동 소방관들의 작전 수행 능력을 늘리는 최소한의 방책”이라고 강조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4월 국가공무원으로 전환됐지만 인사권·예산편성권은 여전히 지자체의 권한인 점도 과제다. 손 교수는 “신분은 국가직이지만 현실에선 지자체장의 소방에 대한 인식에 따라 소방 인력의 인사가 영향을 받는다. 소방지침이나 법령에 의해 일사분란한 인적구성을 갖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인사체계로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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