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해도 민원은 증가
일부 캣맘 ‘책임비’ 명목 불법 이득 논란
전문가 “지자체 나서 양측 갈등 봉합해야”
[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1. 40대 남성인 회사 A씨는 요새 출근을 할 때면, 바짝 긴장을 하고 자가용 차량에 오른다. 어느 날부터 누군가 주차장에서 매일 길고양이 밥을 주기 시작하면서, 밥을 기다리던 길고양이들이 추위를 피해 차량 아래나 엔진룸까지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모르고 운행을 했다가는 길고양이가 죽을 수도 있고, 그 사체로 인해 차량이 파손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A씨는 “이곳에 밥을 주지 말라고 몇 차례 경고를 했지만, 오히려 동물보호로 반격하며 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동물보호 목적이라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본인이 데려다가 관리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볼멘소리로 반문했다.
#2. 경기 시흥에 위치한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지난달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운영에 대한 찬반 투표가 이뤄졌다. 일부 주민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면서, 다른 주민과 갈등이 있었기 때문이다. 투표 결과 70%의 주민들이 길고양이 급식소 운영을 반대했다. 아울러 현재 설치된 길고양이 급식소 역시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들어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명 ‘캣맘’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동물보호라는 대의명분은 인정받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편은 외면한 일부 캣맘의 행동에 여론이 점차 나빠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법을 위배한 길고양이 분양으로 사적 이득을 챙긴다는 지적까지 일고 있다.
14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서울시 길고양이 개체수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불편 민원은 반대로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3년 19만~24만 마리 수준이던 길고양이는 2019년 10만~11만 마리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반면 길고양이로 인한 120 다산콜센터 민원 접수 건수는 2019년 557건에서 2020년 571건으로 늘었다. 길고양이 사체로 인한 민원은 1만3270건에서 1만3047건으로 소폭 줄었지만, 전체 동물관련 민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7%에서 24.8%로 증가했다.
대부분의 길고양이 관련 민원이 관할 구청으로 직접 접수되는 만큼, 실제 민원은 이보다도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로 접수되는 민원은 일부분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구청으로 직접 접수가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이런 민원을 감안해 길고양이 개체수를 줄이기 위해 중성화수술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서울시의 중성화사업 실적은 2008년 4085마리에서 지난해 9204마리로 1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돌보던 길고양이를 온라인으로 분양하면서 ‘책임비’ 명목으로 마리당 5만~10만원의 비용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는 법적으로 위법이다. 동물보호법에서는 유실·유기동물을 포획해 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지난해에는 캣맘과 갈등을 벌이던 시민이 고소되는 사건도 있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지난해 7월 한 남성을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남성은 길고양이 쉼터를 부수고 고양이와 돌보던 활동가들을 다치게 했다. 그는 자신의 차량이 길고양이들로 인해 피해를 받은 데 분노해 갈등을 벌이다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나서서 캣맘과 시민들의 갈등을 봉합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관련 시민단체 동물권행동 카라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 상황에서 오로지 갈등 봉합을 당사자들에게만 맡기면 일이 해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지자체가 나서서 해당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하고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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