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은 이미 가입자 수가 3900만명 이상으로 국민보험이 되었다. 하지만 올해 보험료 인상률이 평균 14.2% 수준으로 정해지자 수많은 계약자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세대 실손보험 가입자의 경우 5년간 누적된 인상률을 적용하면 보험료를 지금의 2배 이상 내야 할 수도 있다. 실손보험은 공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급여본인부담금 및 비급여의료비 등을 보장하여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려는 좋은 취지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현실은 보험사들의 경영 악화와 대다수 선량한 계약자의 분노로 귀착되고 말았다.
실손보험은 2020년 말 기준으로 손해보험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주된 상품으로 보험업계에서 비중과 영향이 대단히 크다. 하지만 실손보험으로 연간 2조원 내외의 적자가 매년 지속되고 있으며, 손해율이 130% 수준을 상회하는 등 매년 커다란 손실이 누적되었다. 이런 추세라면 실손의료보험으로 인한 부채 부담이 막대한 규모로 증가하여 향후 보험산업 전반의 경영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과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상이라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요 원인은 실손 지급보험금의 약 63%를 차지하는 비급여 의료비의 지속적인 증가다. 비급여 의료는 급여와 달리 별도의 규율 근거가 없어 의료기관에서 진료 가격, 진료량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비급여 의료비에 대한 의료기관의 과잉 진료 유인이 내재되어 있으며 불필요한 비급여 의료비 지출이 양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백내장 질환 관련 실손 지급보험금의 가파른 증가다. 지급보험금이 2021년에 약 93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도수치료를 포함한 재활 및 물리치료 관련 청구금액이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각 보험사 자율에 맡기는 것이다. 이는 민영보험 요율 자율화의 취지에도 맞다. 자동차 보험처럼 1년마다 갱신하도록 하고 급여 부분에 대한 기본적인 보장은 공통으로 하되, 그외 보장은 판매사가 자유롭게 설계하면 좋을 것이다. 선량한 계약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경험치에 따라 보험료 할인과 할증을 해주고 보험심사와 손해사정을 강화한다.
동시에 비급여 관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적절한 수준의 손해율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의료업계와 협업이 필수적이다. 향후 보험업계와 의료업계는 토론이나 공동 연구 등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 실손보험제도가 지속 가능하려면 대다수 의식 있는 의사가 일부 환자의 도덕적 해이를 막아야 한다.
실손보험은 이미 국민보험이 되었으므로 향후 보건복지부와 금융위가 협업하여 합동으로 제도개선과 상품 개발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는 복지부 단독으로 새로운 실손보험 상품을 출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복지부가 제시하는 상품이 개발되면 손해율 관리가 더 용이할 수 있다. 손해율 관리를 복지부에서 점검하고 복지부와 이익공유 형식이나 복지부 재보험 형식으로 운용해도 된다. 이제 실손보험은 국가의 주요 제도로 자리 잡고 있다. ‘윈-윈’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김창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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