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격화…정부 지원은 걸음마

美 2026년까지 60조…中 10년간 170조원

한국, 연구개발 고작 1조 등 민간기업에 의존

정부 뒤늦게 특별법 추진…업계 요구 못미쳐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 경쟁에 자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지원하는 반면 한국 정부의 뒷받침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반도체가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잇달아 경신하며 수출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지만 정부의 강력한 지원 없이는 글로벌 경합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따른다. 최근 ‘반도체 특별법’을 통해 대안이 모색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주요국 반도체시장 투자계획 조사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2026년까지 60조300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중국은 2015년부터 10년간 170조원을,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195조원의 투자 계획을 수립·추진 중이다.

반면 한국은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연구개발 사업(1조원)과 신개념 반도체(PIM) 사업(4000억원) 착수, 설비투자 특별자금(1조원) 등 반도체 주요국보다 지원이 턱없이 적고 대부분 민간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미국 상원은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기술, 국가안보, 산업경쟁력 제고, 중국 제재 등을 아우르는 ‘혁신경쟁법’을 지난해 가결했다. 중국은 ‘중국제조2025’와 ‘제14차 5개년 규획’을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8대 전략 과학기술 분야에 집중 투자하기로 하는 등 반도체 패권을 둘러싼 각국의 산업 보호·기술 경쟁은 치열하다.

이에 정부와 국회는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반도체 특별법 제정을 추진했다. 바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이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법이 통과됐고 오는 7월 시행된다. 다음달 시행령 제정이 착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내용은 ▷국무총리 소속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 설치 ▷정부 긴급수급안정화 조정 ▷첨단기술 및 전문인력 보호, 기술수출 및 해외 인수합병 정부 승인 ▷산업 특화단지 지정·육성 ▷특화단지 세제지원, 부담금 감면 등 특례 ▷예비타당성 조사 단축 및 면제 등이다.

요소수 대란과 같이 글로벌 공급망 위기 등으로 반도체에 필요한 핵심 전략물자나 차량용 반도체와 같은 제품들의 수급에 어려움이 발생할 경우 국가적인 조치가 가능하게 된다. 재계단체 한 관계자는 “미국 같은 경우도 반도체 생산 상황에 직접 개입한다”며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기술·인력 유출 등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기술 유출시 최대 징역 20년, 벌금 20억원까지 처벌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에 대한 세제혜택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으로 R&D(40~50%) 및 시설투자(6%)에 대한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인재육성 지원 등 요구사항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비타당성 조사 특례 등은 진보정당의 반대에도 법안에 포함됐지만 연구개발(R&D) 인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 유연제, 인력 확보를 위한 관련 학과 정원 확대 등은 법안에 담기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반도체 수출 규모가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반도체 수출은 역대 최대인 지난해(1280억달러)보다 3% 늘어난 1313억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할 수는 있지만 모든 산업의 스마트화와 기업들의 신산업 투자 등으로 인해 반도체 수출 물량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전년 대비 4.5%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영규 기자


yg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