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방역·의료체계가 대거 완화되면서 일선 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전파력은 강하지만 중증화율과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의 특성을 반영해 정부는 방역체계를 점차 완화하고 있다.
오는 10일부터는 60세 이상 등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만 건강 모니터링을 시행하고, 젊은 환자들은 스스로 몸 상태를 관리하도록 재택치료 체계가 전환된다.
역학조사는 확진자가 스스로 작성해야 한다. 자가격리자의 위치를 추적하는 애플리케이션도 폐기됐다.
'중증·사망 최소화'에 중점을 둔 이러한 방역체계에서 경증·무증상 환자나 미확진자는 사실상 '각자도생'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혼란과 불안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지적이다.
경기 성남 분당에 거주하는 박지훈(28)씨는 지난 3일까지 재택치료를 했다면서 "이미 방역 시스템이 마비돼 전화도 매일 안 왔고, 공무원들 연락도 안 됐다. 키트가 오는 데도 사흘 걸렸고 방치 수준이었다"고 떠올렸다.
강남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재택치료 중인 김모(28)씨도 "확진 판정 후 보건소에 전화를 30통 이상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며 "재택치료가 아니라 방치된 느낌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뉴스를 보면 정부에서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데 관리가 되는 게 맞는지 의문이 생긴다"고 비판했다.
이달 3일부터 재택치료 중이라는 이해인(19)씨는 "생필품 구매를 위한 외출은 허용한다고 하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람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이렇게 조금씩 느슨하게 하면 앞으로 완전한 자율화를 기대해도 되는 건지, 아니면 확산을 막겠다는 건지 (정부 의도를)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천병철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금 정부의 정책에는 환자가 급증하는 단계에서 해야 할 조치와 정점을 지나 감소할 때의 조치가 섞여 있다"며 "지금은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어 준비할 시간을 벌어야 하는데, 마치 확진자 관리를 포기하는 듯한 메시지를 주고 있어 국민이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혼란스러운 것은 의료진도 마찬가지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한 보건소 의무팀 관계자는 "방역체계가 매번 갑작스럽게 바뀌니 우리도 언론을 통해 변경 사실을 안다"면서 "다만 치료가 필요한 분들에게 집중하는 방향성은 맞는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지난 3일부터 동네 병·의원도 코로나19 진단검사와 재택치료에 참여할 수 있게 됐는데, 현장은 아직 새로운 의료체계에 적응하지 못한 모습이다. 소규모 병·의원들은 일반 환자와 코로나19 의심 환자의 동선을 분리하는 문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속항원검사를 시행하는 동네 병·의원(호흡기 진료 지정 의료기관)은 전날 오후 9시 기준으로 1천45개로 늘었는데, 이 가운데 재택치료 관리까지 담당하는 곳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박향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재택치료 환자를 모니터링하고 저녁에 전화도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니터링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반 재택치료자의 경우 스스로 건강 체크를 하면서 이상이 있으면 동네 병·의원에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요청하거나 외래진료센터 대면 진료를 받게 되는데,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참여하는 병·의원수가 아직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원활한 진료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모니터링 대상을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등 연령 기준으로 정한 탓에 50세 미만 기저질환자, 임신부 등 연령대는 낮지만 고위험군에 속할 수 있는 이들에 대한 '관리 사각' 우려도 여전하다.
재택치료자들이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외래진료센터도 현재 전국 66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박 반장은 젊은 재택치료 환자(일반관리군)들도 방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도록 지자체별로 상담센터를 가동하고 외래진료센터도 비수도권 지역에 지속적으로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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