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에 봤던 넷플릭스 드라마 ‘신문기자’는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의 ‘모리토모 스캔들’을 모티프로 한다. 아베 전 총리가 자신의 측근이 운영하는 모리토모 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넘겨주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이 공문서를 직접 조작한 사건이다. 드라마 속 고위 공무원은 ‘높으신 분과 코드를 맞추라’는 취지의 말을 하며 공문서 조작을 지시한다. “이건 범죄입니다”라며 반대하는 부하 공무원에게 상사는 “상부의 지시다”라고 답한다. 결국 문서를 조작한 공무원은 양심의 가책을 느껴 극단적 선택을 한다. 이는 드라마의 극적 전개를 위한 설정이 아니다. 실제로도 그랬다..

모리토모 스캔들은 일본의 대표적인 ‘손타쿠’ 사건으로 꼽힌다. 손타쿠란 ‘남의 마음을 미루어서 헤아린다’는 뜻의 일본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라며 권력자의 마음에 드는 행위를 하는 것을 표현할 때도 쓰인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건들이 있다.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대표적이다. 지난달 27일 대법원은 직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의 징역 2년을 확정했다. 직권 남용은 공무원이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 행사를 방해할 때 성립하는 죄다. 문재인 정부 장관의 첫 실형 확정이었지만 세간의 관심은 한 시간 전 유죄가 확정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게 쏠렸다.

김 전 장관은 청와대의 ‘코드’에 맞추려 직권을 남용했다. 그는 청와대 비서관과 공모해 환경부 공무원들로 하여금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들에게 사표 제출을 강요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되었다. 또한 채용 과정에서 청와대 추천 후보자가 임명되도록 하거나 사표 제출에 응하지 않은 환경공단 상임감사에 대해 표적 감사를 벌이기도 하였다.

‘월성 원전 의혹’ 당사자인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직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백 전 장관은 청와대 전 비서관 등과 공모해 한국수력원자력으로 하여금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향을 제출하게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즉시 가동 중단’이 아닌 ‘2년간 한시 가동’ 방안을 보고한 산업부 공무원에게 “너 죽을래? 즉시 중단으로 보고서를 다시 쓰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와 코드를 맞추지 못했던 공무원은 장관의 호된 질책에 보고서를 수정하였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직권 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민정수석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근무를 계기로 인연을 맺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감찰을 무마한 혐의를 받는다.

문재인 정부 장관 출신들의 직권 남용 범죄도 권력자에 대한 ‘코드 맞추기’에서 비롯되었다. 이러한 코드 맞추기의 피해자는 의무도 아닌 일을 한 공무원들뿐만 아니라 ‘이번에는 그러지 말라’며 표를 준 유권자들도 포함된다. 공무원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야 할 것은 그러한 코드 맞추기의 강행이 범죄란 사실과, 유권자들이 ‘높으신 분’에게 표를 통해 권력을 위임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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