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음성 나와도 방역수칙 잘 지켜야”…전문가 “바이러스 많을 때 검사”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 A씨는 지난 17일 아침 목 부위 통증을 느꼈다. 약국을 찾아 2개가 포장돼 있는 자가진단키트 제품을 1만8000원에 구매했다. 정부가 발표한 개당 6000원짜리 제품은 이미 동이 난 상태였다. 17일 첫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는 '음성'. 하지만 잠복기가 있을 수 있다는 약사의 얘기에 A씨는 24시간이 지난 18일 다시 한번 자가진단키트를 썼고, 또 다시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인후통은 여전했고 오한도 심해졌다. A씨는 결국 동네 이비인후과를 찾아 신속항원검사를 받았지만 그 결과 역시 '음성'이었다. 혹시나 '양성'이면 어쩌나 했던 A씨는 한 숨을 돌리나 했지만, 동네 병원 의사는 "안심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A씨는 당장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통해 '진짜 음성'인지 여부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망설이고 있다. 신속항원검사 결과 '음성'인 경우 보건소에선 PCR을 해주지도 않고, 사설 대학병원에선 적잖은 비용이 든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음성' 상태에선 PCR 검사를 받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답답해 했다. 만약 A씨가 실제로는 '양성'일 경우 그의 아내는 물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9살, 7살 자녀들도 확진 가능성이 높아진다. A씨는 "자가진단키트 2회, 신속항원검사 1회로도 불안감이 남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 같이 신속항원검사의 정확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면서 정확도가 떨어지는 신속항원검사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실제 신속항원검사 제품(키트)은 실험실에서 진행된 성능평가에서는 '민감도 90%와 특이도 99%'로 허가를 받았지만, 검사 조건이 통제되지 않는 현실에서는 민감도가 크게 떨어져 감염자를 놓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방역당국은 신속항원검사로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의 78%는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감염자로 확인되고 있어 PCR 검사 확대에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감염자 발견에 도움이 된다고 평가한다. 다만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신속항원검사를 통한 '가짜' 음성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시점에서는 PCR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현재 선별진료소에서 시행되는 신속항원검사는 하루 30만건 정도다. 감염 의심자가 동네 병·의원 등에서 받거나 스스로 해보는 검사도 있으므로 30만건을 훨씬 넘는 검사가 날마다 이뤄지고 있다. 지난 1월 26일부터 2월 15일까지 이 검사를 거쳐 8만3000여명이 확진됐는데,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확진자의 12%에 해당하는 숫자다.
신속항원검사 양성이 PCR에서 최종적으로 양성으로 판정되는 비율(양성예측도)은 78%였다. 10명 중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정확도가 높은 편이다. 방대본은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해 한정된 PCR 역량을 조기진단·치료가 필요한 60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에 집중하면서 일반국민도 충분히 검사받을 수 있도록 신속항원검사를 도입했는데 감염자 발견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허가 제품의 양성예측도는 이론적으로 지역사회 내 코로나19 감염자 비율이 1%인 상황에선 47.6%, 5%에선 82.6%, 10%에선 90.9%, 15%에선 94.1%로 점점 상승한다. 당국은 이를 근거로 오미크론이 확산할수록 신속항원검사 사용 이득도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신속항원검사는 근본적으로 '위음성'(가짜음성) 문제를 안고 있다. 15분 만에 검사 결과를 얻을 수 있기에 검사에만 6시간이 걸리는 PCR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국이 오미크론이 유행하기 전까지 신속항원검사를 활용하지 않았던 이유도 위음성 문제 때문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민감도가 90%, 특이도가 99% 이상인 검사키트에 대해서만 국내 사용을 허가했다. 민감도 90%는 PCR 검사로 확인된 '진짜 감염자'를 대상으로 신속항원검사를 했을 때 90%는 양성 판정을 받는다는 것이고, 특이도 99%는 '진짜 비감염자'를 검사했을 때 99%가 음성 판정을 얻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험실을 벗어난 현실에서는 증상 유무, 검사 환경, 검사 숙련도, 기온 등 다양한 조건이 간섭을 일으켜 제품의 민감도와 특이도가 떨어진다. 특히 민감도는 감염자를 감염자로 판정해내는 능력인데, 민감도가 떨어지면 위음성 판정이 일부 나오게 된다. 가짜음성 판정으로 감염자가 격리되지 못하고 지역사회를 활보하는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지난달 26일 "(현장에서 사용해본 결과) 신속항원검사의 민감도는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 자가 검사로 시행하면 20% 미만"이라면서 민감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확진자가 폭증하는 현시점에서는 PCR 검사를 더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속항원검사가 하루 30만건 이상 시행되고 있지만 정확한 위음성 데이터는 없다.
검사 현장에서 음성 판정자의 양성 가능성을 확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당국은 대신 음성예측도(신속항원검사 음성이 최종 음성일 확률)를 제시하면서 음성이 나오면 실제로도 대부분이 음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하고 있다. 음성예측도는 이론적으로 감염자 비율이 1%인 상황에선 99.9%, 10%인 상황에선 98.9%로 매우 높다.
단, 현재 신속항원검사에서는 대부분이 음성 판정을 받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가짜음성이 1%만 나오더라도 절대적인 수로는 작지 않은 규모가 된다.
정부는 위음성 한계를 인정하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는 반면 치명률은 낮아지고 있어 저위험군 감염자까지 PCR 검사로 일일이 찾아낼 필요가 없다"고 강조한다. 오미크론 유행 상황에서는 위음성 문제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PCR 역량을 늘리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전문인력 교육, 장비, 시설이 필요해 단시간 내에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년간 검사능력을 하루 5000건에서 80만건으로 단계적으로 늘려왔으며, 단기적인 목표는 85만건이다. 신속항원검사 없이는 향후 하루 수백만건의 PCR 검사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음성이라도 마스크 쓰기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이행하고, 필요한 경우 반복하여 검사 시행하고, 증상이 있으면 병원에서 진료·진단검사를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전문가들은 신속항원검사가 불가피하다면 개인적 차원에서 정확도를 높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자 접촉한 경우라면 음성이 나와도 안심하지 말고 1∼2일 후나 증상이 나타난 후에 검사를 다시 해보는 것이 좋다"면서 "자가검사키트는 바이러스 배출량이 많아야 정확도가 높아지므로 검사 시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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