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가져온 여러 극적인 변화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일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는 변화이다. 많은 사람이 회사에 가지 않고 일을 해보는, 그야말로 전 세계적인 사회실험이 사상 처음으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스탠포드대, 시카고대, 멕시코자치공과대 소속 세 명의 경제학자가 원격근무에 대해 연구하며 WFH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설문결과를 보면, 미국 근로자들이 재택근무한 날은 팬데믹 이전(2017~2018년)에는 전체 급여일 중 5%에 불과했지만 2020년 봄에는 60%로 늘었다. 2021년 5월 이후부터는 꾸준히 4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기업의 절반이 재택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팬데믹 이후 약 2년 동안 오피스에서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신화는 사라졌다.

회사 오피스가 아닌 곳에서 일하며 유연한 근무 체계를 맛본 젊은 인재들은 직장을 구할 때 유연성을 강조하는 기업을 찾아나설 가능성이 크다.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이 최근 발간한 글로벌 인재 연차 보고서를 보면, 2021년 등록된 미국 일자리 리스트에는 ‘유연성(flexibility)’이라는 단어가 2019년에 비해 83% 더 많이 등장했다. 기업들 역시 글을 쓸 때 이 단어를 343% 더 자주 사용했다. 이 단어가 들어간 글에 대한 독자 참여 역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35% 더 높았다.

특히 MZ 세대가 이전 세대보다 유연성을 언급한 기업의 글에 훨씬 더 큰 관심을 보였다. 이제 기업들은 원격근무가 가능한 직장이라는 점을 어필하며 구직자들을 끌어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늘어난 원격근무자들은 어디에서 일하게 될까. 물론 집에서 일할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도시를 찾아나서는 경우도 전례 없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흐름을 포착한 똑똑한 국가와 도시들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을 불러모아 지역의 경제 활력을 높이는 것이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비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국가들이 빠르게 늘고 있고, 원격근무자들을 위해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내놓는 도시도 눈에 띈다.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이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주로 ‘워케이션 센터’를 구축해 해당 지역에서 편리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는 계획이다. 하지만 원격근무자들은 단지 일하기 위해 그 지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비록 짧은 기간이더라도 살아보기 위해 그 지역을 찾는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의 도시 베네치아에 등장한 ‘베니웨어(Venywhere)’란 이름의 프로그램을 눈여겨볼 만하다. 원격근무자들은 이 프로그램에 따라 집을 구하고 휴대전화 유심카드를 얻고, 작업 공간 지원이나 의료 체계상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낯선 곳에서 삶을 꾸려가기 위한 지원인 셈이다.

생활이 시작되는 기본 단위는 집이다.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집의 기능은 크게 확장됐다. 업무공간으로서의 집, 새로운 동네를 경험하기 위한 베이스캠프로서 집은 해당 지역에서 살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요소다.

그런 점에서 에어비앤비는 새로운 도시에서 살아보려는 이들을 위한 인프라스트럭처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미 그렇게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에어비앤비 숙박 예약 중 28박 이상인 경우는 작년 4분기 전체 예약의 22%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포인트 증가했다. 에어비앤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예약 형태다.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도시 털사의 ‘털사 리모트’가 정착을 결심하기 전까지 살아볼 수 있도록 에어비앤비와 함께 프로그램을 내놓은 사례도 있다. 에어비앤비는 원격근무자들을 위한 도시 구축에 나서는 한국의 많은 지자체들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스티븐 리우 에어비앤비 아시아태평양 정책총괄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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