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성폭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 직권조사 후

“국가가 군인 보호 못했다”며 방부에 권고

“성희롱 판단시 외부 민간전문가 참여해야”

지휘관 위한 지휘책임 감면 방안 마련 권고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국가인권위원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故) 이예람 중사의 사망사건과 관련해 신상정보 유출 등 2차 가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31일 밝혔다.

인권위는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 직권조사’를 마치고 전날 국방부 장관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치들을 권고했다. 이번 직권조사는 지난해 8월 ‘해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유족들의 진정을 접수한 후 육·해·공군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인권위는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해당 부대 군검사가 피해 상황과 수사 내용을 부대 관계자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보낸 부분 ▷이 중사의 국선변호인과 동기 법무관들이 SNS에서 이 중사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눈 부분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압수수색 전날 군사법원 직원과 통화한 부분에 대해 추가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군 내 성희롱 성립 여부를 판단할 때 부대장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외부의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자문 걸차를 거쳐 판단하도록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하라는 권고도 담겼다.

성폭력 사건의 은폐·회유를 예방하기 위해 지휘관이 사건 인지 후 적절한 분리 조치와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충실히 이행했을 경우 지휘책임을 감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도 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선변호인은 모두 민간 변호사로 선임하고, 민간인 신분인 성고충전문상담관이 부대 출입, 상담 장소 확보에 애로사항이 없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

2차 피해 예방과 관련해서는 ‘부대관리훈령’, ‘국방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등에 2차 피해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기소 전까지 가해자·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익명 처리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양정을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훈령’에 규정하고,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2차 피해 방지 규정들을 성희롱 피해자에게 확대 적용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그밖에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복무계획보고의 복무중점 사항에 성폭력 사고 예방 활동 계획을 포함한 ‘인권증진’ 항목을 추가하고, 사관학교, 부사관학교 등 초급간부 양성 교육과정에 인권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하라는 권고도 있었다.

인권위는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성폭력 피해를 입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기게 된 것은 개인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를 넘어 국가가 군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주지 못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며 권고사항에 대한 국방부 이행 실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s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