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최희선·배우 이영진
‘호랑이 삼촌’과 ‘인형 같은 조카’
직접 머리카락 잘라주며 각별한 애정
지금은 논문처럼 긴 문자로 ‘축구 잔소리’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하는 삼촌의 경력은 45년, 연기하는 조카는 25년. 길고 깊게 한우물을 팠다. 40년 넘게 기타를 친 삼촌은 데뷔 25년차가 된 조카를 마주하고는 “분야는 다르지만 이 녀석과 이렇게 오랜 시간 비슷한 길을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어느새 세월이 이렇게 흘러 같이 이야기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어요.”(웃음)
밴드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리더로 30년째 팀을 이끌고 있는 기타리스트 최희선과 배우 이영진이다.
세월의 길이도 무색했다. 두 사람의 눈은 어느새 30여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삼촌, 이젠 인정해야지? 유난히 예뻐한 조카잖아?” 삼촌은 ‘조카 바보’였다.
“워낙 예뻐했어요. 특히 영진이 아빠, 매형이 친동생처럼 아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어요. 항상 그 기억이 남아요. 그러다 보니 조카하고도 각별해지더라고요.”
사실 이름보다는 ‘호랑이 삼촌’으로 불렸다. “뭘 잘못하거나 밥을 안 먹을 때 엄마한테 혼날 때면 ‘호랑이 삼촌 부른다’고 했어요. 그럼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고요.”(웃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인형처럼 예쁜 조카”였지만 표현은 서툴렀다. 목소리는 로커마냥 걸걸했고 ‘뮤지션의 아우라’가 어린 조카에겐 거대하게 다가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삼촌이 예뻐하는 방식이었는데 어릴 땐 참 무서워했어요. 삼촌이 ‘뽀뽀’ 이러면 1분이 됐든 10분이 됐든 가만히 뽀뽀하고 있어야 해요. 중간에 떼면 혼나요. 다시 뽀뽀해야 해요.”(이영진)
어린 조카의 꿈나라도 삼촌의 차지였다. ‘삼촌 팔 베고 자’ 한 마디에 울상이 되면서도 곤히 잠들었던 시간이 지금도 생생하다.
‘호랑이 삼촌’이 편하게 다가온 건 20대 중반이 돼서다. 이영진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른들의 그늘 속에 있던 아이에서 한 사람의 성인으로 봐주는 계기가 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저 역시도 스스로 서야 하는 시기가 그때쯤이었어요. 무섭고 어려운 호랑이 삼촌에서 가족이기 이전에 잘 따라가고 싶은 어른이 됐어요. 그러면서 저도 삼촌이 어렵기보다 존경할 만한 우리 삼촌으로 생각하며 마음가짐도 편해졌어요.”(이영진)
요즘 두 사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친해졌다. 삼촌과 조카는 눈을 마주하면 축구 이야기로 통했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 2에 출연 중인 이영진은 누가 강요하지도 않았는데 하루에 6시간씩 ‘축구’에 전념한다. 합류 직후 부상을 겪었지만 지금은 맹활약 중이다.
“데뷔한 지 20년이 넘었는데 삼촌한테 이렇게 큰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본업이 아닌 ‘부캐’에 대한 관심으로 최근에 부쩍 연락을 자주 해요.”(이영진)
최희선은 기타를 치기 전 축구선수로 진로 고민을 했을 만큼 ‘축구에 진심’이다. 축구를 향한 애정으로 국내에선 기타리스트로는 유일하게 프로축구 응원가도 작곡해 경기마다 그의 곡이 울려 퍼지기도 했다. 최희선의 고향을 본거지로 했던 상주 상무 응원가다. “10여년 전까진 골프로 프로 테스트를 받을 수준까지 치기도 했는데 지금은 축구 이외엔 하는 운동도 없어요. 축구가 유일한 건강관리이자 스트레스 해소법이기도 해요.” 일주일에 두세 번, 다양한 사람과 어울려 운동장을 뛴다. “축구는 수학적으로 공간 계산이 될 정도가 되면 정말 재밌는데 조카가 축구를 한다고 하니 잔소리가 시작된 거죠. 부상을 당했을 땐 ‘아차’ 싶더라고요.”(최희선)
“삼촌이 원래 긴 말 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그렇게 긴 카톡(카카오톡)을 받은 것도 처음이에요. 정말 논문인 줄 알았어요.” ‘공 하나에 열 명이 따라다녀선 안 된다’ ‘공간을 잘 봐야 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만 했다.
“영진이가 속한 팀을 이영표 감독이 맡고 있어서 ‘어련히 잘하시겠지’ 하고 참았는데 다음 회를 보면 또 간섭하고 싶어지더라고요.”(웃음)
방송 이후 찾아오는 매주 목요일 아침은 삼촌이 보낸 ‘장문의 메시지’를 받는 날이다. “그것도 굉장히 줄여 보낸 거야.”(최희선)
“줄여 보낸 거라고?” 조카가 눈을 질끈 감았다.
조카에게 ‘한 수’ 전하기 위해 운동장으로 부른 적도 있다. ‘축구는 운동장에 와서 봐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축구는 공을 안 가진 우리 팀의 움직임, 내가 공을 가지지 않았을 때 어디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결정 나요.” 그러니 축구장 밖에서 전체 경기를 아울러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연습량만큼 실력이 향상되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때다. 부상으로 경기를 못 뛰는 동안 팀 동료들에 대한 ‘마음의 빚’도 컸다. 축구의 매력도 체감하고 있다. “제게 축구는 봉인된 남자들의 스포츠였어요. 일상에서 접해본 적 없던 운동을 통해 안 쓰던 근육을 써보고, 몸을 움직이는 재미가 커가고 있어요. 모델이나 배우는 혼자 하는 일이라 팀 스포츠를 해본 적이 없는데 누군가와 같은 팀이라는 이름으로 연대한다는 것에서 마음의 든든함이 생기더라고요.”(이영진)
조카는 삼촌이 축구장을 누비는 모습에 꽤 놀랐다고 한다. “큰 기대를 안 했는데 경기를 쫙 진두지휘하면서 날아다니더라고요. 놀랍기도 하고, ‘우리 삼촌 되게 멋있구나’ 싶었죠. 여전히 성격은 불같고요.”(웃음)
“시작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뭘 해야 하는지 아는 센스가 있고 피지컬이 좋아 프로그램 안에서도 톱이 될 수 있다고 봐요.”(최희선)
“삼촌, 피지컬 안 좋아. 나 우리 팀에서 단신이야. 삼촌의 ‘조카 사랑’이죠.”(이영진)
모델 출신 이영진은 173㎝에도 ‘골 때리는 그녀들’의 액셔니스타팀에선 키 작은 순서로 치면 두 번째다.
“삼촌은 ‘위대한 탄생’에서 농구부야.(웃음)”(최희선)
[영상=시너지영상팀]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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