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배달앱마다 배달비가 다르다’. 자영업자가 보기엔 너무나 당연한 소리입니다. 이런 걸 발표하려고 배달비 공시제를 하나요? 현실을 전혀 모르는 ‘쓸데없는’ 내용입니다.”(서울에서 배달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A씨)
피자·치킨 배달비만 4000원~5000원으로 치솟는 등 비싼 배달비로 소비자들의 원성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가 시행한 배달비 공시제가 뭇매를 맞고 있다. 배달비 인하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크다. 한달에 이틀 조사, 천편일률적인 비교 방식도 논란이다. 올 들어 진행된 배달비 수수료 개편에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는 더욱 높아졌다. 현실과 동 떨어진 방법으로는 문제 핵심을 파악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이하 소단협)는 지난달 31일 두번째 배달비 공시제를 발표했다. 3월 19일, 26일 이틀 동안 피자와 중식 업종에서 소비자가 지불한 배달비를 조사했다.
소단협은 조사 결과 배달앱과 배달 서비스에 따라 배달비가 다른 사례가 78.1%였다고 발표했다. 또한, 동일 조건에서 최고 배달비 사례는 ‘배민1(단건배달)’, 최저 배달비 사례는 ‘일반 배달의민족(묶음배달)’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동일 조건이란, 동일한 가게에서 같은 배달 거리를 기준으로 주문했을 때를 의미한다.
이를 접한 자영업자들은 “쓸데없는 내용”이란 반응이다. 소위 ‘당연한 소리’를 조사까지 해가며 발표한 셈이란 것이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가 가게 점주와 계약하는 배달비 수수료 체계는 각각 다르다. 빠른 배달이 장점인 ‘단건배달’은 2~3개를 묶어 배달하는 ‘묶음배달’ 보다 배달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 나아가 묶음배달도 가게 점주가 이용하는 배달대행사에 따라 요금이 다르다. 여기에 쿠폰 프로모션 유무도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다.
가게 점주는 이러한 요소를 모두 고려해 최저주문금액과 소비자 부담 배달비를 정한다. 주요 메뉴, 메뉴 단가, 평균 매출, 배달량 등에 따라 고객이 실제로 내는 배달비는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서울 중구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38) 씨는 “예를 들어 커피 배달점의 경우 단가가 낮기 때문에 최소주문금액이나 배달비를 다소 높게 책정해야 이윤이 남는 반면, 활어회나 고기 등 무료 배달로도 가능할 수 있다”며 “이런 세세한 내용들을 모르고 조사하니, 쓸데없는 내용만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도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란 반응이다. 지난달 첫 배달비 공시제부터 배달플랫폼 업계는 실효성 문제를 지적해왔다. 점주가 자율적으로 정하는 요소가 많고, 이미 배달앱을 통해 소비자 부담 배달비가 공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달 중 이틀만 조사하는 방식 역시 전반적인 현실을 파악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다.
배달비 공시제 존재를 모르는 소비자도 많다. 정부가 치솟는 배달비를 잡기 위해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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