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도 관광지 방어,‘온정’ 여행객 환대
하늘자전거,무릉별유천지 액티비티 인기
‘상속자들’ 논골담 희망·억척 의지 벽화로
베틀바위,쌍폭,마천루 생태여행도 엄지척
한섬몽돌해변·터널,추암촛대바위 짙은 서정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하이고, 얼러 오우야(어서 오세요). 이래 와 주세사(이렇게 와 주셔서), 아주 마이 고맙습니다. 걱정이 넘 마이 해주셔서 손님이 덜오시는데, 산불 잘 이겨내고 있으니, 그냥 여느때 처럼 오시면 그게 땡큐래요. 오늘 서비스 왕창 나갑니대이.”
화마로 산림피해를 입었지만, 관광지를 철저하게 방어한 동해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민관은 시 북서쪽 피해 복구에 열을 올리고, 필사적으로 관광지,민가,시장을 지켜내는데 성공한 추암, 무릉, 한섬, 망상, 논골, 북평장(3,8일), 묵호 어시장, 동쪽바다 중앙시장 주민들은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여행자들을 극진히 환대했다.
동해시 망상톨게이트에서 나와 좌회전한뒤 남쪽 해안길을 따라 5㎞가량 가면 대진서핑비치, 어달회타운을 지나, 논골담-등대-도째비골-해랑전망대로 연결된 MZ세대 핫플레이스 클러스터에 도착한다.
▶논골담 3개의 바람= 논골담1길 입구에 서면, 명태와 오징어, 호롱불 앞에 공부하는 아이가 담긴 대야를 한 아주머니가 이고 가는 벽화를 만난다. 열심히 일해 아이 공부 잘 시키고 보란 듯 잘 살아보겠다는 희망을 담은 것이다. 그 옆엔 동네아이들이 ‘오징어게임’을 즐기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드라마가 나오기 훨씬 전에 그린 것이다.
논골은 경사진 언덕 오징어,명태 덕장 가는 길인데, 수산물 양동이와 물지게 물이 넘치면서 논 같은 질퍽한 길이 되었다 뜻이다.
드라마 ‘상속자들’(SBS)에서 이민호가 박신혜를 찾아 헤메던 그 등대오름길을 조금만 오르면 진돗개가 만원짜리를 물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약속의 땅 이름 대로 대야에 담긴 희망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꼭대기는 등대와 바람의 언덕이다. 그들의 바람은 ‘Wind’에 이어진 ‘Hope’이다. ‘아비와 남편 삼킨 바람은 다시 묵호 언덕으로 불어와 꾸들꾸들 오징어, 명태를 말린다/ 남은 이들을 살려낸다/ 그들에게 바람(wind)은 삶이며 죽음이며 더 나은 삶을 꿈꾸는 간절한 바람(hope)이다’
지금은 질퍽하지 않고 뽀송뽀송하며, 어부의 집 대신 카페가, 무거운 대야를 머리에 인 아주머니의 숨찬 소리 대신 전국의 명랑 MZ세대의 재잘거림이 논골담길을 대체했다.
▶속 시원해지는 바람의 언덕= 오르막길의 벽화가 동해시민들의 애환을 담다가 희망으로 변하더니, 정상을 코앞에 둔 지점 네덜란드 잔세스칸스의 풍차가 나오고, 등대주차장 벽엔 만선의 꿈을 품은 배 그물에 온갖 행복들이 걸려든다.
이젠 카타르시스 한마당인가. 언덕 정상인 등대 옆에는 표현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지중해 카다케스 어촌 풍경화 ‘창가의 소녀’가 어느 카페 벽면에 유한마담의 스카프 처럼 걸려있다. 이어, 창문이 동해바다 풍경화 팔폭병풍이 되는 논골카페와 김진자 시인이 주인장을 하는 나포리 다방이 세련되게 손님들을 반긴다. 묵호등대는 1968년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촬영이후 숱한 영화의 배경이 됐다.
바람의언덕 NONGOL 조형물 앞에 서면 동해바다와 천촌만락을 발 아래 두고, 백두대간과 마주하며 마음이 웅장해진다. 투명유리에 적은 시옆에서든, 억척어머니 동상과 함께든, SNS액자 모형속에 들어가든, 어디에서 찍어도 버킷샷을 건진다.
조만간 논골담길 전역에 꽃과 나무가 공존하는 천상의 화원이 만들어지고, 벽화들은 증강현실(AR) 기술을 입고 멀티채널 스토리텔러가 된다.
예전 처럼 가난해도, 지금 처럼 넉넉해도, 건강수산물로 얻은 힘 자랑은 여전했다. “논골 영식아제 샥시가 스무살 어리다고, 왕문어 마이 먹은갑제/ 왕문어, 울 영감은 매일 먹는데. 쯧!” 목공예 공방 뒷집 창고의 벽화 ‘대왕문어가 최고래요’라는 작품 속 말풍선이다.
▶짐승돌 대왕문어와 훈남 도깨비= 싱싱한 횟감이 경매되고 출하되는 묵호항 방파제옆 수변공원은 묵호라는 지명의 한 근거가 되었던 까막(墨)바위로 가는 초입이다. 수변공원 대왕문어 조형물의 윙크 끼부림이 예사롭지 않다. 까막바위섬은 대왕문어의 집단 서식지로 알려졌다.
동해시 북부 지역 바다색이 짙푸르다 못해 검은 빛이 도는 것은 옆동네 옥계의 ‘검은진’(검진〉금진)의 이름과 같은 맥락이다. 대왕문어 대포먹물과 오징어 먹물이 흩날리던 묵호항에선 나중에 삼척탄좌,옥계탄광 석탄까지 선적되면서 먹 묵(墨)자 묵호다운 모습이 굳어진다.
도째비골은 때론 김고은 같은 어린 신부를 감싸주기도 하고, 때론 혹 같은 약점들을 떼주기도 하며, 어떨땐 방망이를 두들겨 가난한 집 돕는 금은보화를 만드는, 친근한 요괴 도깨비의 놀이터였다. 동해바다 파도위 85m를 걷는 해랑전망대는 ‘소망을 기원하는 도깨비 방망이 길’로 이름지어졌다.
해랑전망대 옆에는 높이 59m, 길이 160m의 Y자형 고공산책다리 스카이워크가 V자골을 가로질러 바다를 향해 우람하게 서 있다.
그 위엔 스카이사이클(하늘자전거) 탑승장, 길이 82m의 대형 원통형 미끄럼틀 자이언트슬라이드, 도깨비나무로 불리던 왕버들 조각품 슈퍼트리 등이 있고 아래엔 멀쩡한 집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눈누난나’ 휴게매점이 눈길을 끈다.
친구나 가족이 하늘자전거 타는 모습(왕복 179m)을 가장 잘 찍으려면, 꽃밭 사이로 난 갈지(之)자 내리막 나무데크 길(출구) 중간쯤에 있거나 탑승장 오른쪽 샛길 20m지점에 서면 된다.
▶무릉 별유천지, 액티비티 천국= 스테디셀러인 무릉계곡엔 호암소, 무릉반석, 쌍폭, 용추폭포 말고도 베틀바위, 두타산협곡 마천루에 이어 별유천지가 새로 주목받고 있다.
시멘트원료 석회석 채석장에 물이 고여 석촌호수보다 약간 작은 두 개의 에메랄드빛 호수를 빚어냈고, 국내 처음 도입된 스카이글라이더를 비롯한 액티비티 4개가 놓였다.
호수옆 곳곳엔 라벤저정원이 조성돼 있다. 식재시기에 따라 5월부터 초가을까지 여행자 두 눈에 보랏빛 향기가 어린다.
기부자 쌍용(雙龍)을 뜻하는 두미르 전망대에서 두 개의 호수 말고도 동해바다까지 보인다. 인근 호암소~무릉반석-학소대-쌍폭 청정생태 걷기여행은 기본이다.
쌍폭은 ‘황진이’, 두미르전망대는 ‘사랑의 불시착’, 별유천지 호수가는 ‘펜트하우스3’, ‘호텔 델루나’ 등 드라마의 배경이 됐고, ‘거인의 휴식’ 조각작품 앞에선 캠핑예능 ‘바퀴달린 집’이 촬영됐다.
▶한섬과 추암, 변치않은 서정= 감성 해변 한섬은 이미 입소문이 난 스크류해안산책로, 빛터널 외에 뱃머리 전망대와 몽돌해변이 새로이 주목받는다.
동해의 장쾌한 파도 때문인지, 한섬 몽돌해변 물 빠져나가는 소리는 임꺽정 같은 남정네가 순정 앞에서 흐느끼는 소리같아, 남해안 작은 파도 몽돌해변의 여린 아우성과는 색다른 서정을 안긴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드라마에서 송중기와 문채원이 사랑의 완성을 위해 달려갔던 추암은 최근 촛대바위 위에 근사한 정자 ‘능파대’를 세웠고, 여명테마파크, 어머니소망테마 야간공원 단장 작업을 진행중이다.
최근 2년간 전국 200여 기초단체 중, 뉴노멀 여행 신상품 가장 많이 국민에게 공개한 동해시가 화마의 아픔을 잊고 또 어떤 매력들을 더 찾아내고 가꿔갈지 궁금해진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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