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범죄 회유 수사 불가 가능성
별건 수사금지 등 대선공약 훼손 전망
인수위 “여야 합의 존중” 내용 검토 중
여야가 합의한 검찰 수사권 박탈 중재안의 해석 여부에 따라, 향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도 훼손될 전망이다.
2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따르면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는 검찰 수사권 박탈 중재안 내용을 검토 중이다.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한 지난 22일 인수위는 “원내에서 중재안이 수용됐다는 점을 인수위는 존중한다”며 “중재된 내용은 해당 분과에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여야의 합의’를 존중할 뿐, 중재안의 내용까지 존중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중재안 내용 중 ‘범죄의 단일성과 동일성’을 벗어나는 수사를 금지하도록 한 별건 수사 금지 조항은 해석 범위에 따라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과 충돌할 여지도 있다. ‘권력형 성범죄 근절’, ‘무고죄 처벌 강화’, ‘검경수사책임제’ 등이 그것이다.
윤 당선인의 ‘권력형 성범죄 근절’ 공약 중엔 권력형 성범죄 신고를 방치하거나 고소·고발 취하, 합의 등을 회유하는 관리자의 처벌 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처벌 규정이 생겨도, 별건 수사 금지 조항 해석에 따라 검찰이 ‘회유한 관리자’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게 될 가능성도 있다. ‘강제 추행’이나 ‘성폭력’ 사건에서 고소 취하나 합의를 ‘강요’한 정황을 발견해도 죄명이 다르단 이유로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다수의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를 대리했던 김재련 변호사는 “같은 피해자와 같은 가해자 사이에 시간을 달리해 성폭력이 쭉 일어났을 때, 단일성·동일성 등 판단을 수사 단계에서 하기 시작하면 피해자 입장에선 일괄해서 조사받을 수 있는 사건이 나눠지니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되면 피해자만 지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별건 수사 금지 조항이 좁게 해석될 경우, ‘무고죄 처벌 강화’ 전 ‘수사’조차 어렵게 되는 셈이 된다. 무고 범죄 수사는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 이후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경찰 수사만으로는 무고 범죄의 발견조차 쉽지 않은 모양새다. 대검찰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의 무고 인지 건수는 전년보다 71%(476건) 감소했지만, 경찰의 무고 인지 건수는 48건 증가한 것에 그쳤다. 과거 검찰이 담당하던 무고 범죄 수사의 10% 정도만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 셈이다. 대검은 “허위 고소를 처벌하는 무고인지는 종래 대표적인 검사의 수사영역”이라며 “종전에 검찰이 담당하던 수사를 경찰 수사로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검경수사책임제’ 역시 중재안대로라면 불가능하게 된다. 일선의 한 차장검사는 “중재안대로라면 검경수사책임제 취지를 전혀 살릴 수가 없게 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사기 사건이 들어와 수사해보니 피해자가 5만명에 500억짜리 사건이어도, 단일하고 동일하지 않아 못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박상현 기자
po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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