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부터 연극 ‘햄릿’

평균 나이 75세 원로배우 총출동

30~40대 젊은 배우와 호흡

연극 '햄릿'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 [신시컴퍼니 제공]
연극 '햄릿'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 [신시컴퍼니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6년 전 ‘햄릿’을 보면서 작은 소품으로라도 출연하면 행복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연극 ‘햄릿’에서 레어티즈 역을 맡은 배우 박건형의 이야기에 30~40대 젊은 배우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새로운 세대의 햄릿을 연기할 강필석도 “당시의 ‘햄릿’은 지금껏 본 적이 없는 무대였다”며 “어떻게 선생님들과 한 무대에 서는 이런 역사적 순간을 맞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연습 중”이라고 했다.

무대는 5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다. 일평생 무대에서 살아온 연극계의 원로 배우와 까마득한 후배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연극 ‘햄릿’(7월 13일부터,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통해서다. 6년 만에 다시 돌아온 ‘햄릿’은 지난 시즌 무대에 섰던 권성덕·전무송·박정자·손숙·정동환·김성녀·유인촌·윤석화·손봉숙 등 9명의 원로 배우들이 모두 돌아왔다. ‘햄릿’ 역의 강필석을 비롯해 젊은 배우들은 주요 배역을 맡았다. ‘레어티즈’ 역 박건형, ‘호레이쇼’ 역 김수현 등이 함께 한다.

강필석 [신시컴퍼니 제공]
강필석 [신시컴퍼니 제공]

지난 25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강필석은 “사실 연습실에선 정신이 우주로 가 있다”고 고백했다.

“박정자 선생님의 첫 마디로 리딩이 시작됐는데 제가 감히 대사를 섞지 못할 정도고 심장이 너무 뛰었어요. 제가 이곳을 오염시키는 기분이 들었어요.” (강필석)

평균 나이 75세의 선배들은 이전 공연과 달리 후배들에게 주연 자리를 내줬다. 클로디어스부터 유령, 무덤파기, 배우 1~4로 함께 하며 모든 순간 압도적 존재감을 발한다. 

박정자는 “배우에게 배역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무대 한 구석에 있고, 조명 밖에 비켜 있더라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 배우들의 숙명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박정자 [신시컴퍼니 제공]
박정자 [신시컴퍼니 제공]

“저는 큰 역할보다 단역, 조연 역할을 평생 많이 해온 배우라 단역과 조연의 소중함을 너무나 절감합니다. 연극을 볼 줄 아는 관객이라면 조명 밖에 비켜선 배우의 존재도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 아주 행복합니다. 여든이 넘어 대사 외기가 힘든데 적어서 좋아요. 대신 대사 많은 햄릿을 맘껏 응원합니다. 강필석! 고기 많이 사줄게!” (박정자)

햄릿 역할만 무려 여섯 번을 했던 배우 유인촌은 이번엔 비정한 숙부 ‘클로디어스’를 연기한다.

“6년 전 66세에 햄릿을 연기했어요. 아마 제일 늙은 햄릿이었을 거예요. 그 때도 이제 그만 졸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엔 악역을 하게 됐어요. 사실 지금까지 악역을 많이 한 경험이 없어 제겐 큰 도전이에요. 어찌해야 할지 아직 이미지가 안 떠오르지만 새로운 걸 한 번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유인촌)

유인촌 [신시컴퍼니 제공]
유인촌 [신시컴퍼니 제공]

원로 배우들이 가장 탐냈던 역할은 무덤파기다. 유인촌은 “나이를 먹으면 하고 싶은 역할이 무덤파기였는데 빼앗겼다”고 말했다. 이 역할은 정동환과 권성덕이 맡았다. 2016년 출연 당시 식도암으로 중도 하차를 결정했던 권성덕은 “무덤파기를 그렇게 바라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내놓고 내가 햄릿을 할 걸 그랬다”며 “내가 100살이 되면 100살 먹은 햄릿이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그때 또 한 번 생각해보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그는 무덤파기2와 사제 역할을 맡았다.

고전 명작의 대극장 무대가 흔치 않은 때에 ‘햄릿’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며 민간 프로덕션으로 ‘불가능한 도전’을 해내고 있다. 원로 배우들은 그 어려움을 알기에 저마다 한 마디씩 보탰다.

유인촌은 “국공립이나 시립기관이 아닌 민간에서 이 정도의 인원이 출연하는 순수 언어연극을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공연이 한 달 동안 매진되고 줄을 서도 제작비를 맞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젊은 배우들과 평생 연극 무대에 바친 어른들이 모여 함께 하는 무대는 흔치 않은데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동환은 “이런 연극은 계속 유지돼야 하는데 개인 극단이 어렵다면 범연극인이 나서야 한다고도 생각한다”며 “좋은 결과를 낳기 위해 모두가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를 뛰어넘어 돌아온 ‘햄릿’은 이들의 호흡만으로도 뜨거운 무대가 예상된다. 손진책 연출은 “연극계에 위기감이 없던 적은 없었지만 요즘 제대로 틀을 갖춘 작품을 찾기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면서 “이 배우들을 데리고 제대로 성공하지 못하면 그것도 재앙이다. 모두 맡은 역할을 아주 멋지게 소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