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십여 명의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미국의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을 도운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은 영국 여성이 사건의 책임을 30여 년 전 숨진 아버지에게 돌렸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숨진 엡스타인의 연인이었던 길레인 맥스웰(60)은 최근 형량 선고를 앞두고 뉴욕 남부지방법원에 관대한 판결을 호소하는 글을 보냈다.
맥스웰은 엡스타인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를 당했기 때문에 범죄에 가담했는데, 이는 “고압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면서 자녀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아버지 밑에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맥스웰의 아버지 로버트 맥스웰은 하원 의원 출신으로 대중지인 미러 등 여러 신문을 소유하고 케이블TV를 운영한 언론재벌이다. 1991년 스페인에서 요트를 타던 중 익사했다.
맥스웰은 자신이 어린 시절 거식증에 걸릴 정도로 아버지에게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버지 로버트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가혹하게 꾸중을 들었고, 새로 칠한 벽에 포스터를 붙여놨다가 망치로 손을 맞기도 했다는 것이다.
맥스웰은 부모에게 너무 무시를 당한 탓에 3살 때 어머니 앞에서 “엄마, 나는 여기 존재해요”라고 말한 적도 있다고 했다.
맥스웰 측은 그녀가 그런 아버지가 사망한 직후 엡스타인을 만났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타인의 지배를 받게 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앞서 맥스웰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4명의 미성년자를 꾀어 엡스타인에게 보내 성관계를 강요한 혐의 등에 대해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뉴욕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맥스웰이 유죄로 인정받은 혐의는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성범죄 목적 미성년자 수송, 미성년자 성범죄 유인 모의 등 5개다. 맥스웰은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해왔다.
미성년자 성 착취는 최대 40년 형이 가능한 범죄로, 맥스웰 측은 아버지와 연인에게 정신적으로 지배를 당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으로 관대한 처분을 요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맥스웰의 연인이자 월가의 유명 투자자였던 엡스타인은 지난 2019년 맨해튼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better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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