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첫 부동산 대책 주요 내용

분양가 심사제도 개선…분양가 인상 요인 반영

민간 공급 활성화 위한 과도한 규제 해소 차원

여전히 조심스러운 정부 …분양가 인상 최대 4% 수준

상상임대인 제도 도입·민간임대 활성화 추진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대로 출범 후 첫 번째 부동산 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등 분양가 심사제도를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민간에서 주택사업을 적극 추진할 여건을 만들고 민간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목표다.

윤 정부는 출범 직후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를 통해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안정 실현’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계획에서 밝힌 “임기 내 250만가구(인허가 기준) 이상 주택공급”을 위해선 분양가 심사제도를 손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셋값 5% 이내로 올리면 비과세 거주요건 완전 면제
추경호(맨 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윤석열 정부 첫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추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임대료를 자발적으로 5% 이내로 인상하는 임대인, 즉 상생임대인에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및 장기보유특별공제에 필요한 2년 거주 요건을 완전 면제해 계약갱신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연합]

▶정비사업 필수비용·자재비 상승 분양가 반영= 먼저 국토교통부가 21일 제1차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제시한 ‘분상제 및 고분양가심사제도 개선’ 계획은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조합과 건설사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규제완화 요구를 일부 수용한 것이다.

분상제는 지자체 분양가심사위원회에서 분양가 산정에 기준이 되는 택지비, 건축비, 가산비를 반영해 분양가 상한선을 정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자가 함부로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취지다. 대상지역은 주택가격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 등이다. 민간업계는 분상제가 자재값 상승 등으로 건축비가 오르고, 규제 환경이 달라지면서 사업이 지연돼 조합 운영비가 늘어나는 등 달라지는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불만이 컸다.

정부는 분상제에 대해 주택업계에 요구하는 ‘폐지’가 아닌 ‘개선’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분상제를 폐지할 경우 도심 등지에서 분양가가 단기간 급등할 것이 우려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정비사업 필수비용 등을 분양가에 적정 수준으로 반영해 주기로 했다. 세입자 주거이전비(재개발 지역), 영업손실보상비(재개발 지역), 명도소송비, 이주비에 대한 금융비, 총회운영비 등 정비사업에 필수비용을 적정수준으로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자재비 상승도 분양가에 적기에 반영되도록 했다. 기본형 건축비 중 비중이 높은 ‘레미콘, 철근’ 가격 상승률 합이 15% 이상인 경우 등 특정 상황에서 건축비를 그때그때 분양가에 반영할 수 있게 했다.

▶택지비검증위 신설, 땅값 검증 객관성 도모= 이번 개선안에는 분양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택지비’ 산정을 투명하고 객관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포함됐다. 지금까지 택지비는 사업주체가 감정평가한 것을 감정평가협회가 검증하고, 한국부동산원이 최종 검토(적정성 검사)해 확정했다. 하지만 부동산원이 단독으로 적정성 검사를 하면서 검증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주관적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왔다. 부동산원이 적정성 검사를 한 택지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재검증 절차를 다시 밟은 정비사업 조합이 많았다. 이는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고 공급 부족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동산원과 최초 감정평가를 진행한 감정평가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택지비검증위원회’를 만들기로 했다. 이곳을 통해 분양가에 대한 적정성 검사를 하면 검증 과정이 투명해 지고 신뢰도가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새로운 기구를 통한 적정성 검사는 여전해 논란이 불가피하다. “사업에 도움이 될지, 또 다른 규제 기능을 할지 현재로선 판단하기 어렵다”고 예상하는 조합 관계자의 의견이 나온다.

▶고분양가심사제 기준 주변 ‘준공 10년 이내’로= 정부는 이번에 HUG의 고분양가심사제도도 개선책을 마련했다. 분상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역에 적용되는 이 제도는 조합이나 건설사가 정한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일정 기준을 넘으면 HUG가 ‘분양보증’을 거절하는 제도다. HUG는 분양 사업장의 ‘보증 위험 관리’라는 명분으로 고분양가를 관리한다는 하고 있지만, 정부가 이를 통해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제도에서 논란이 되는 건 고분양가 기준으로 삼는 주변 시세 기준이 애매하다는 점이다. 주변 시세 기준을 어떤 지역으로 하느냐에 따라 시세 기준이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불만이 많았다. 예컨대 둔촌주공의 경우 조합은 비싼 아파트가 많은 송파구 단지를 시세기준으로 삼길 원했지만, HUG는 강동구를 기준으로 삼았다.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고분양가심사제 개선 방향은 분양가 심사 기준인 주변 비교단지 선정 기준을 기존 ‘준공 20년 이내’에서 ‘준공 10년 이내’로 정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주변에 시세가 높은 새 아파트를 기준으로 삼아, 고분양가 심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이 역시 여전히 세부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주택 공급이 많지 않았던 서울 등 도시엔 주변에 준공 10년 이내 단지가 없는 경우도 많다. 더 세부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 논란은 계속될 것이란 게 업계의 판단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분양가가 크게 오르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다. 일단 국토부는 분상제 및 고분양가 심사제도를 개선하는 효과로 분양가가 최대 4% 정도 오를 것이라는 시뮬레이션 자료를 내놨다. 다만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우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도심 내 저렴한 주택 기다리는 수분양자 입장도 고려해 지나치게 과다하게 분양가가 오르지 않도록 상한선 두고, 정액 방식으로 반영을 하는 등 여러가지 안전장치를 뒀다”고 덧붙였다.

▶8월 이후 전세난 해소 대책도 마련= 이날 정부는 민간임대 공급을 늘리기 위한 대책도 내놓았다. 8월 이후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오게 되는 ‘계약갱신계약 만료 물량’으로 인해 전셋값이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전세 시장은 2020년 7월말부터 시행된 임대차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으로 ‘폭풍전야’라고 판단한다. 지금 전세시장은 법 시행이후 4년간 올리지 못할 것을 고려해 한 번에 올린 신규계약 건과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5%만 올린 갱신계약 건의 가격차이가 수억원씩 벌어진 상황이다. 오는 8월부터 갱신계약 만료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벌어진 차이만큼 전셋값을 수억원씩 올리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런 사태를 예상해 우선 임대료를 5% 이내로 인상하는 ‘상생 임대인’에게 1세대 1주택 양도세 비과세 및 장기 보유특별공제에 필요한 2년 거주요건을 완전 면제해 계약갱신을 유도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갱신계약이 끝나는 전세 가운데도 임대료 인상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자발적 임대인이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갱신계약이 만료돼 시세 수준의 전셋값 급등을 감당해야 하는 임차인에 대해선 ‘버팀목 전세대출’을 늘리고, ‘대출 한도를 확대’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전월세 임차인 주거부담 완화를 위해 월세 세액공제율을 최대 12%에서 최대 15%로 상향 조정하고, 전세 및 월세보증금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를 연 300만원에서 400만원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했다.

임대 매물을 늘리기 위한 방안도 내놓았다. 규제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기존주택 처분기한을 6개월에서 2년으로 완화’하고 ‘신규주택 전입 의무를 폐지’해 주택 구입 과정에서 기존 임차인을 퇴거 하는 것을 막아 임대매물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임대사업자를 위한 대책도 포함됐다. 임대주택 양도시 법인세 20% 추가 과세 면제를 위한 주택가액 요건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완화하고, 10년 이상 임대한 건설임대주택에 대한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특례시한도 올해 말에서 2024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분상제 ‘폐지’보단 ‘개선’…민간임대 활성화 카드 [부동산3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