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 구성이 한 달 넘게 표류 중이다. 이달에는 제헌절(17일)도 있다. 제헌절은 국회가 헌법을 제정한 기념비적인 날이다. 제헌의회 당시 회의록을 보면 매일 거의 빠짐없이 회의를 했다. 나라의 기틀을 만든 제헌의회는 1948년 5월 31일 첫 본회의를 했고, 한국전쟁 발발 하루 뒤인 1950년 6월 26일에도 가동됐다. ‘천재지변처럼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큰 일’이라고 ‘사변’이라 했던 극한 상황에서도 국회가 가동됐었던 기록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러나 2022년 7월의 국회는 과하게 한가해보인다. 여야는 3일 권성동·박홍근 원내대표와 양당 수석이 만나 협상했다. 국회 공백 사태가 빚어진 지 34일 만이고, 야당이 4일 본회의를 열어 의장을 선출하겠다고 밝힌 하루 전이다. 협상의 결과는 항상 그렇듯 ‘극적’이기 마련이다. 본회의가 열리는 직전날의 회동에 관심이 집중된 이유다. 그러나 여야는 또다시 서로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협상 결렬’을 알렸다. 전쟁이 난 상황에서도 가동됐던 제헌의회와 비교하면 그 편함이 과도하다.

‘전쟁 상황’을 재차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가 전쟁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만큼 큰 위기 속에 놓여 있어서다. 한국은 수출물가 인상으로 올해 상반기 무역적자 규모가 100억달러를 넘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상·하반기를 통틀어 보면 외환위기 직전 해인 1996년 하반기 125억5000만달러 적자가 역대 최대다. 더 큰 문제는 환율 및 유가폭등, 물가폭등으로 인해 당분간 이 같은 무역적자 규모를 줄이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일 장중 2300선이 무너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역시 한국 경기전망을 암울하게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는 식량물가 폭등과 유가 인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견실한 대기업이라면 수입 원자재 가격 폭등을 ‘맷집’으로 버틸 수 있겠지만 중기는은 원화가치 하락과 고물가로 인해 견디기가 쉽지 않다. 올여름 물가가 7%를 넘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환위기 때보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더 가파르다는 분석도 있다.

여야가 원 구성 협상의 최후 쟁점으로 삼는 부분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및 검수완박(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관련 소취하 등인 것으로 알려진다. 여야 모두 선거 때마다 강조하는 ‘민생’과는 다소 거리가 먼 영역들이다. 물론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은 외부 요인에 의한 것이 크다. 그러나 그렇다고 국회가 손을 놓고 있으면 국민은 불안하다. 여당이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를 가동한다며 유류세 인하에 나섰지만 효과는 2주 후에나 체감된다. 세금 환급 절차 때문이다.

국회는 대한민국 모든 현안이 흘러들어 취합되는 바다 같은 곳이다. 화물연대 파업의 쟁점이었던 안전임금제는 입법 사항이고, 논란이 된 법인세 인하 역시 법을 고쳐야 실효된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루나 사태’ 등 가상자산 문제 역시 입법이 필요한 사안이고, 정쟁화돼버린 서해 피격 사건 진상규명 문제 역시 국회 원 구성이 돼야 해결이 가능하다. 대통령기록물을 보든, SI(특별취급정보)를 보든 말이다. 국가는 전쟁 같은 위기에 처했는데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은 요원하다. 조속한 협상 타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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