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칩 기업들,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
마이크론 “9월부터 신규투자 줄이겠다”
삼성·SK하이닉스도 보수적 투자 가능성
커지는 경기 불확실성에 TSMC,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칩(Chip) 제조사들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 경기침체 여파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던 완제품 시장이 활기를 잃으면서, 기업들이 막대한 반도체 설비 투자 타이밍을 조정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일시적인 투자 축소로 비춰지고 있지만, 서로 간 동향을 살피며 시장 선점을 위해 칩 기업들이 숨막히는 대기 모드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TSMC는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시설 투자에 들인 비용이 73억4000만달러(약 9조7000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약 22%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해 누적 투자액은 167억2000만달러(약 22조원) 수준이다. TSMC가 연초에 올해 최대 44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할 예정이라고 전한 것과 비교해보면, 상반기 투자 금액은 계획분의 4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TSMC는 장비 입고 지연 등 영향으로 연간 투자 목표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3위인 미국 마이크론 역시 당초 계획보다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등으로 스마트폰과 PC 등 수요가 줄어들면서 반도체 업황도 함께 힘을 잃고 있다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마이크론 측은 올해 PC와 스마트폰 판매가 감소하고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질 것이며, 재고 역시 늘어나는 추세라고 보고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당장 신규 공장 등 설비투자를 줄이겠다는 점을 공식화한 상태다.
최근 블룸버그는 SK하이닉스가 전자기기 수요 감소를 감안해 내년 자본 지출을 25% 가량 줄여 16조원 수준으로 낮출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련 내용에 대해 SK하이닉스는 “전혀 확인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지만, 업계에선 반도체 업계 전체의 투자 축소 움직임이 향후 미칠 수 있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선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세로 인해 삼성전자 역시 향후 투자를 보수적으로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한다. 대만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3분기 D램 가격이 2분기보다 최대 10%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당초에는 기존보다 3~8%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전망치를 더욱 낮췄다. 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도 지난해 중반 가격 상승 이후 안정세를 유지하다 11개월 만에 가격이 내렸다. 트렌드포스는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인 128Gb 낸드플래시 6월 고정 거래 가격이 지난달보다 3.01% 내린 4.67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를 포함한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도 실적 전망이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거대 칩 제조사들의 투자 감소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보여질 수 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이 이달 말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을 통해 시장 침체에 대응해 투자 속도를 어떻게 조절할 지가 가장 주목해야 할 포인트”라고 말했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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