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스타트업 ‘그리너리’ 황유식 대표
자발적 탄소크레딧 거래 플랫폼 개발
저렴한 비용으로 크레딧 발급 가능
‘감축기여’ 인증서 판매 수익도 올려
“자발적 탄소시장 글로벌 리더 될 것”
‘지구와 미래 세대를 위해 이렇게 노력했는데.... 과연 누가 알아주기나 할까? 실제 도움이 되기는 할까?’
친환경 활동에 동참한다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출근길에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일회용품 배달 대신 다회용기 포장을 선택하는 번거로움을 감내해도, 본인과 가족 외엔 그 노력을 알아주기 힘들다. 굳이 남들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지만, 이 노력이 지구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지구를 위한 자발적 노력을 돈을 받고 팔 수 있도록 한 기업이 있으니, 한국 스타트업 ‘그리너리’다. 그리너리는 온실 가스 배출을 줄여낸 사업의 개발자들이 그 사업의 성과 자체를 인증서로 만들어 개인과 기업이 사고팔 수 있도록 했다.
최근 헤럴드경제는 그리너리를 창업한 황유식 대표를 직접 만났다. 황 대표는 2년 전만 해도 여의도 증권가를 주름 잡던 스타 애널리스트였다. 특히 2020년에는 ESG에 대한 당시 뜨거웠던 관심을 의식해 설립된 ESG 전담팀에서 환경을 맡았는데, 이때 포착한 사업 기회를 황 대표는 놓치지 않았다.
-그리너리가 주목한 문제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 중립 국가가 되겠다고 선언했고, 기업들과 지자체도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방법이 굉장히 모호하다.
탄소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제도는 탄소배출권 거래제인데, 정부가 기업들에게 얼마 만큼을 감축해 내라고 기준선을 정해주고, 이 기준선을 지키면 통과, 지키지 못하면 벌을 주는 개념이다. 문제는 이같은 ‘의무 시장’의 기준이 너무 낮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2030년에는 2018년 대비 40% 적은 규모의 탄소를 배출하겠다고 하는데, 의무 시장의 감축 목표를 반영해 계산하면 15%밖에 감축하지 못한다. 결국 의무가 주어진 것 외에 추가적인 자발적 노력이 없으면 40% 감축 목표는 달성할 수 없는 셈이다. 이 자발적 노력이 더 활발히 이뤄지도록 플랫폼을 개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플랫폼인지 설명한다면.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했다는 크레딧(인증서)을 자발적으로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이다. 우선 온실가스 감축사업 개발자들이 우리 플랫폼에 감축 사업을 등록하고, 우린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감축량을 계산한다. 그리고 외부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해 이 숫자를 검증한다.
결과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사업 개발자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탄소 감축량 소유권’을 갖게 되고, 그 소유권을 우리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기업과 개인은 이 크레딧을 구매함으로써 탄소 중립과 ‘RE100(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기만 사용)’을 달성할 수 있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의무 시장에서 인증받은 배출권을 거래하고 있지 않나?
▶의무 시장에선 배출권을 인증받는 과정이 굉장히 까다롭다. 기간이 2~3년씩 소요되기도 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써야 해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제3자 검증을 위한 비용은 또 별개다. 탄소중립이라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려면 기업 규모를 불문하고 모두가 탄소 중립에 매달려야 하는데, 중소기업들에겐 의무 시장에서 배출권을 확보하는 과정이 큰 부담이다. 그래서 우리는 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한두 달 내에 크레딧 발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것 같기도 한데.
▶우리 플랫폼의 강점은 의무 시장보다 약식으로 크레딧을 발급하면서도 신뢰성은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에는 ‘방법론을 등록한다’는 개념이 있다. 어떤 사업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이를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그 세세한 과정을 UN이나 우리나라 환경부와 같은 인증 기관에 등록하는 작업이다.
자발적 시장에서도 당연히 이런 방법론 등록 과정이 필요한데, 우리는 의무 시장에서 적용됐던 업무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를 수 있다. 그간 의무 시장에서 국내 대표 기업들의 크레딧 발급 과정을 자문했던 업체가 우리 플랫폼의 사무국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수십년 업력의 컨설팅 기관이 우리 플랫폼의 신뢰성을 담보한다고 봐주면 좋을 것 같다.
-크레딧을 거래하는 문화가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지 예를 들어 설명한다면?
▶탄소중립 행사가 많아질 것이다. 탄소중립 행사는 크게 세 단계로 치러진다. 우선 행사 과정에 막대한 탄소가 배출된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그 뒤에 전력 사용이 적은 설비를 도입하고, 고객들이 자가용을 덜 이용하도록 셔틀버스를 운행하는 등 감축 노력이 이어진다. 그렇게 해도 줄이지 못한 탄소는 탄소 크레딧을 구매해서 상쇄하는 것이다.
축구 경기를 예로 들어보자. 우선 관중들이 경기장에 오는 길에 자가용을 이용하면서 배출한 탄소, 경기장에 사용된 전기 생산 과정에 배출됐을 탄소, 관중들이 버린 일회용품 제조 과정에 배출됐을 탄소 등을 계산한다. 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만큼 탄소 감축 사업에 투자하면 경기를 탄소중립화할 수 있다.
지난 2일, SK에너지 소속 축구 구단인 제주유나이티드의 탄소 중립 경기를 참고할 만하다. 작년 9월 영국 토트넘-첼시 경기에 이은 세계에서 두 번째 탄소 중립 축구경기였는데, 그리너리가 경기의 탄소 배출량을 계산했다. 경기 중 관중들이 먹는 음식, 관중들이 마시거나 경기장 관리할 때 투입되는 물 등 다양한 요소를 모두 고려했다.
-업력이 오래된 미국·유럽의 플랫폼 대신 신생 국내 플랫폼을 사용할 유인은 무엇인가?
▶아직 시장 자체가 형성 초기 단계라 글로벌 스탠다드 자체가 없다. 정답을 갖고 있는 곳이 없으니, 굳이 조금 먼저 출발했다고 여러 불편을 감내하면서 해외 플랫폼을 이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선 탄소 크레딧을 발급하려면 우선 해당 플랫폼에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내야 하는데, 우리는 계좌 개설 비용이 없다. 방법론 등록과 인증, 그리고 탄소 감축 모니터링을 해외 대신 국내에서 진행하면 비용과 시간을 아끼는 것은 물론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특히 발급받은 크레딧은 플랫폼 내 계좌에 예치하게 되는데, 거래할 수 있는 자산을 맡기는 개념이다 보니 해외 플랫폼을 통하는 것은 일종의 국부 유출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산 탄소를 줄였다는 인증서를, 굳이 해외 계좌에 맡기고 돈을 낼 필요가 있을까.
-다양한 탄소 감축 프로젝트의 성공 과정을 옆에서 지켜볼 텐데, 기업들에 선제적으로 ‘이런 방식의 친환경 사업을 해보면 어떻겠나’ 제안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렇다. 크레딧 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는 수수료가 첫 번째 수익 모델이라면, 두 번째 수익 모델은 컨설팅이다. 제주유나이티드의 탄소 중립 경기에 자문한 게 대표적이다.
컨설팅 과정에서 우리는 탄소 감축 활동의 ‘한국화’를 강조한다. 예컨대, 아프리카에서 나무 심는 프로젝트는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량을 줄여내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 해당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산업의 탄소 감축을 고민하는 데에 실제로 돈이 흘러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렇게 국내 실정에 맞고 해당 기업과도 매칭이 되는 탄소 감축 활동으로 기업들을 안내하고자 한다.
-그리너리의 중장기 목표는?
▶자발적 탄소 시장의 글로벌 대표 기업이 되고 싶다. 미국, 유럽과 비교하면 시작이 조금 늦긴 했지만, 빨리 시작한 업체도 이제 풀코스 마라톤 중 1㎞ 지점을 지나고 있을 뿐이다. 10년 뒤, 자발적 탄소 시장에서 누가 글로벌 리더가 돼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일단 우리는 국내 선두주자다. 최초 타이틀에 더해 최고의 입지를 하루빨리 다지고, 아시아 시장으로 나가고 싶다. 기회가 많은 아시아에서 기준을 만들어 나간다면, 먼저 시작한 유럽 대표, 미국 대표들과도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최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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