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신술 시범이나 영상을 보면 신기해하면서도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갖는다. 왜 수많은 호신술은 손목이나 팔을 꺾는 기술들이 중심일까. 심지어 태권도나 유도처럼 타격과 던지기를 전문으로 하는 무술들도 호신술 시범이라고 하면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손목이나 팔을 꺾는 기술이 들어간다.

보통 이런 질문에 대해 적은 힘으로 큰 상대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답은 하지만 쉽게 납득이 가는 답은 아니다. 실제로 시도해보면 상대의 힘에 막히거나 제대로 걸지 못하고 상대가 빠져나가는 경험을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실제로는 상대가 힘을 주고 버티면 걸리지 않는 기술이란 오해를 많이 받는데 정확한 기술원리를 가르쳐줄 수 있는 지도자에게 충분한 반복 숙달 훈련을 받으면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 꺾기가 호신술의 대세가 된 이유는 실용성보다는 물리적 방어·반격 중에서 정당방위의 조건에 가장 부합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꺾기가 ‘뼈를 부러트리는 기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은 그저 관절 가동 범위 이상으로 압박을 가해 고통을 주거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그 고통이나 제한은 꺾는 동작을 멈추거나 압박을 푸는 순간 사라진다. 강하게 기술이 걸렸을 때 인대파열이나 탈구 같은 부상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 정도가 심각하거나 골절이 발생할 가능성은 상당히 희박하다.

이렇게 ‘일시적으로 유효한 기술’이라는 점은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위한 최우선조건인 ‘현재성’을 충족하기에 아주 좋다. 또한 정당방위는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상처가 없거나 골절, 뇌, 경추, 척추 손상 등 심각한 외과적 부상이 없으면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진다. 손목이나 팔 꺾기가 딱 그 정도 선을 지키기에 좋은 기술들이다. 이외에 밀거나 당겨서 막기, 떼어 내기, 비키거나 피하기, 붙들고 있거나 주저앉히기 등도 정당방위로 인정받기 쉬운 동작들이다. 필자가 지도하는 호신술 초급 과정은 전적으로 이런 범위 내에서의 기술들만을 사용한다.

흔히 우리나라에서는 호신술을 써도 정당방위 성립이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필자의 수업에 참가했던 법대 대학원생이 있었는데 “성폭력 상황에서의 저항이 정당방위로 인정된 판례가 거의 없다시피하다. 어떤 식의 저항도 결국 다 쌍방폭행이 되고 만다면 저항이나 반격을 하라고 조언해도 되는 걸까?”라는 고민을 가지고 왔었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나서 “생각했던 것보다 방법이 없지는 않겠구나 싶어 막막함이 많이 풀렸다”는 소감을 남겨준 적이 있다.

사실 여지껏 필자가 접해본 우리나라의 정당방위에 대한 불만 대다수의 이면에는 이런 진지한 고민보다는 ‘상대가 이런 나쁜 짓을 했는데 가만히 있으란 말이냐, 이 정도는 해도 되는 거 아니냐’ 하는 싸움이나 사적제재를 면책 받고 싶은 욕구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정당방위는 ‘되갚아주기’ 또는 ‘폭주’를 인정하는 개념이 아니며, 오히려 그런 사적 응징이나 분쟁을 막고 법과 제도 안에서 해결하여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고자 하는 법치주의적 산물이다. 이 점을 착각해서는 안 되겠다.

김기태 A.S.A.P. 호신술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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