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관리센터는 허투루 존재하나…
컨트롤타워 잘 돌아가는 것 보여주고
국민 안심시키는 것도 정부의 실력
기록적인 폭우가 서울에 쏟아진 지난 8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에서 관련 상황에 대응한 것을 놓고 정치권 공방이 뜨겁다. 곳곳에서 침수가 발생하는 재난 상황임을 인지하고도 윤 대통령이 그대로 귀가하는 바람에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게 야당의 지적이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통령은 24시간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자리”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대통령을 국민께서 신뢰하실 수 있을지 윤석열 대통령은 자문자답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 “그런 논리라면 NSC 위기관리 센터등은 무슨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강인선 대변인은 성명에서 “대통령이 자택에 고립됐다는 주장도, 집에 갇혀 아무 것도 못했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며 “재난 상황마저 정쟁 도구화를 시도하는 민주당 논평에 유감을 표한다”고 반박했다. 강 대변인은 “국민 고통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행보를 멈춰달라”며 민주당이 재난 상황에서도 정치적 공세만 일삼고 있다고 역공을 펴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별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현장방문에 나서지 않았다는 비판에 대해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보고나 의전에 신경 쓸 수밖에 없고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라 집에서 전화로 실시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이같은 해명대로라면 앞으로 또 다른 재난 상황이 와도 자택에서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위기관리센터’가 허투루 존재하는 게 아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10일 TBS라디오에서 “위기관리센터는 전국에 240여 개의 시군구를 연결할 수가 있다. 서초동 아파트에서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느냐”며 “아마 서초동 아파트에는 도청이 안 되는 전화기 몇 대 정도가 있을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전화기 몇 대로 어떻게 재난 상황을 총관리하고 점검한다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더 큰 문제는 ‘국민 정서’다. 재난 상황에서 대통령이 자택에 머물고 있는 모습 자체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서 “나도 대통령을 모셔봤지만 대통령이 움직이면 모든 게 같이 움직인다. ‘대통령이 계시는 곳이 상황실’이라고 얘기한 것은 옳은 얘기”라고 대통령실을 감싸면서도 “그런데 국민들의 정서는 대통령께서 상황실에 나오셔서 또는 현장에서 지휘하길 바라는데 그렇게 말씀을 하니까 좀 기분이 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물론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입장에서 ‘할 일’을 다 했다면 억울할 수 있겠다. 하지만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인 ‘공무원’인 동시에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하는 ‘정치가’여야 한다. 위기 컨트롤타워가 신속·정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안심시키는 것도 정부의 실력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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