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3사·이창양 장관 간담회
적자폭은 줄었지만 배 만들수록 손해
원자잿값 올라도 처음가격 그대로 인도
기술력 확보 등 협상력 제고 서두르고
업체 간 출혈경쟁 방지방안 마련해야
역대급 수주 호황기에도 적자난이 지속되는 조선업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로 했다. 하지만 조선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선박 가격 결정구조 등을 극복할 수 있는 자생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자들도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결국 조선사들이 원가연동성, 선가협상력, 고부가가치화, 인재 확보 등에서 자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최대 관건으로 지적됐다. 이를 통해 대표 경기민감 업종인 조선업이 불황기에도 손실폭을 최소화, 세계 1위의 우위 경쟁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 변화를 주도할 힘도 확보하게 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수주 반영→원가율 하락→적자 감소=19일 각 사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그룹 조선지주사),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의 상반기 매출액은 13조435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2조9401억원)보다 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조5818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9948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조선사들의 매출원가율이 감소한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선 3사의 올 상반기 평균 매출원가율은 109%로, 지난해 상반기(127%)보다 감소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 기간에 107%에서 103%로, 삼성중공업은 122%에서 106%로 줄었다. 대우조선해양은 152%에서 119%로 감소해, 조선 3사 중 최대폭으로 하락했다.
올 들어서도 원자재 가격이 추가로 올랐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수주 열풍이 점차 매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원가율을 떨어뜨린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이 반기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후판값은 지난해 t당 112만원 수준에서 올 상반기 127만원까지 올랐고, 형강은 101만원에서 123만원으로 상승했다. 선박 외판 도장용 페인트 가격도 ℓ당 3.75달러에서 4.20달러로 증가했다. 삼성중공업도 후판값이 지난해 121만원에서 올해 132만원까지 올랐다고 밝혔고, 형강값은 116만원에서 129만원으로 상승했다고 공개했다. 대우조선해양이 밝힌 후판값은 같은 기간 109만원에서 127만원으로 오른 상태다.
▶여전히 배 만들수록 손해=원가율은 아직도 100%를 상회하고 있다. 이는 후판 등 원자재 가격만으로도 선주로부터 받게 되는 돈을 넘어섰다는 얘기다. 배를 만들수록 손해인 셈인데 여기에 인건비와 관리비 등 고정비를 더하면 손실 규모는 더 커지게 된다.
이처럼 조선사들이 장기간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데에는 원가 변동에 취약한 선가 결정 방식에 있다는 분석이다. 조선사들은 건조 시작 단계에서는 선가의 일부를 받고, 대부분의 대금을 최종 인도 단계에서 치르는 헤비테일(heavy-tail)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사는 건조기간에 자금이 모자를 경우 자력 또는 대출 조달할 때가 많아 재무 악화 요인이 된다.
여기에 원자재 가격이 오르더라도 선가 조정이 안 된다. 일부 원가 상승에 대한 헤지(위험회피) 조건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처음 가격 그대로 선박이 인도된다. 이에 조선사들은 건조기간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 예상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이를 결산시점에 곧바로 공사손실충당부채(이하 공손충) 처리한다. 이는 원가에 반영돼 고스란히 손실로 이어진다.
▶한 번 정한 선가, 원가 연동 안 돼=조선사들이 최근 폭발적인 수주에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수주물량은 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을 예상 못하고 정해진 가격이기 때문에 즉각 공손충 처리를 하고 있는 데에 따른 것이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2021년 이후 조선사 적자의 상당 부분은 공손충 설정에 기인하고 있다”며 “조선 3사의 최근 분기별 영업이익률 추이를 보면, 각 사의 수익성이 공손충 순전입액(전입액-환입액)과 궤를 같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조선사들이 선가 협상 시 ‘버퍼(여유금액)’를 둘 수 있는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그렇지 않을 경우 원가 변동에 따른 손실액은 현재와 같이 고스란히 조선사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 년 전과 같은 불황기에는 조선사들이 고정비라도 만회하기 위해 과도한 저가 수주경쟁을 하다 보니 선가 협상력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이에 국내 조선사 간 출혈경쟁이 해외 선사들 배만 불려줬다는 비판까지 나왔던 것이다.
조선사들은 또 각국이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탄소저감기술 등을 반영한 고부가가치 선박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기술력의 우위는 가격 협상력으로도 이어진다. 아울러 불황에도 실적이 안정될 경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되며, 이는 구성원의 임금 수준을 높여 인력 및 인재 확보가 용이한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한편 하반기 원자재 가격이 안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 속에 조선사들은 올해는 어렵겠지만 내년 중 흑자 전환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원자재 가격 하향안정 추세가 확인되고 있어 2023년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경원·주소현 기자
gil@heraldcorp.com
![‘중위소득 70%’에 발목 잡힌 기초연금 개편…소득 보장 실효성 낮고 재정부담 가중[Deep Spot]](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907.67992ac2e89a4eddbffab50b901154f7_T1.jpg?type=h&h=240)
![요즘 ‘큰손’들은 주식 팔지도 사지도 않는다…‘11월 3일’부터 본다, 왜? [큰손 따라잡기]](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6.97fcdbca4f2c4562acc488b50990cb2d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