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이진욱·배우 양지원 인터뷰
김효근 작곡가 명곡으로 탄생한 ‘첫사랑’
가곡의 본래 매력 살리려 비슷한 결 유지
음악감독 이진욱 “자연스러움 추구”
‘모두의 첫사랑’ 양지원… 성악 발성 고민
도전하고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 닮아…
“韓 뮤지컬 중 유일무이한 작품…
자극 많은 때, 순수한 감정 만나게 될 것”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이여, 설레는 내 마음에 빛을 담았네, 말 못해 애타는 시간이여, 나 홀로 저민다.” (가곡 ‘첫사랑’ 중)
누구에게나 ‘그리운 시절’이 있다. 반짝이는 희망과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시절, 모진 풍파에도 흔들림 없는 담대한 용기가 채워진 시절. 시계는 그 시절로 되돌아간다. 그곳에서 떠오르는 해사한 얼굴이 있다면, 그는 어쩌면 ‘첫사랑의 주인공’인지도 모른다. 소박하고 꾸밈없는 시절의 이야기가 딱 맞는 옷을 입었다.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그리움을 풀어낸 ‘가곡’과의 만남이다. 한국가곡 13곡으로 러닝타임을 꽉 채운 뮤지컬 ‘첫사랑’이다.
“‘첫사랑’은 곧 양지원이에요.”(이진욱 음악감독) 그룹 스피카 출신의 양지원은 뮤지컬 ‘첫사랑’에서 여주인공 선우 역할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에서 가장 돋보여야 하고, 빛나야 하는 ‘모두의 첫사랑’이다. 전작 ‘포미니츠’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내보인다. “소리치고 절규하던” 때를 지나, ‘국민 첫사랑’이 됐다. 새로운 가면을 쓰는 수준이다. “상견례 때만 해도 ‘포미니츠’와 맞물려 있다 보니 성격도 얼굴도 시멘트 같아 걱정이 많았어요. (웃음) 그런데 선우가 워낙 사랑받는 역할이라 활기를 찾게 됐어요.”(양지원) 최근 서울 마포문화재단에서 만난 이진욱 음악감독은 새로운 ‘첫사랑 아이콘’의 탄생을 예고했다. 그는 “선우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처음 등장할 때 모든 남자 관객들이 자세를 고쳐앉으며 집중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뮤지컬 ‘첫사랑’(9월 2~4일·마포아트센터)은 여러모로 ‘최초’가 많이 붙는 작품이다. 대극장 뮤지컬 최초로 가곡을 ‘주인공’으로 삼았고, 마포문화재단이 처음으로 제작에 도전했다. 상업 프로덕션이 아닌 기초문화재단이 뮤지컬 시장에 새 활로를 개척한다는 점이 의미있다. 무대의 또 다른 주인공은 가곡이다. 한국가곡의 대중화를 이끈 작곡가 김효근의 명곡들이 다시 불린다. 김효근이 아내에게 프러포즈하기 위해 만든 ‘첫사랑’이 이 뮤지컬의 토대가 됐다.
가곡이 전면에 등장한 뮤지컬이다 보니, 배우도 창작진도 고민은 적잖았다. 작품의 관건은 아름다운 가곡을 뮤지컬 무대에 맞게 바꿔 음악의 묘미를 살리는 데에 있기 때문이다.
음악감독으로의 가장 큰 고민 역시 “익숙한 히트곡이 나오는 재미없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통념을 넘어 이야기 안에 녹아드는 음악”(이진욱)을 만드는 것이었다. “음악, 연기, 대사를 아우르는 자연스러움”이 ‘첫사랑’의 중요한 방향성이다. 7년간 호흡을 맞춰온 이 감독과 ‘첫사랑’의 오세혁 연출가가 추구하는 길이다.
제작 초기 단계만 해도 ‘파격적 실험’이 이어졌다. “드럼이나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가 나오는 록 베이스 음악”(이진욱)도 시도했다. 느린 호흡의 “가곡을 뮤지컬화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컸기 때문이다. “대사의 템포는 빠른데 느린 노래를 불러 갑자기 감정 모드를 바꾸면 어울리지 않으니 다양한 시도를 해봤어요.” 이 감독은 “결과적으로 맞지 않는 옷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래서 기존 가곡과 최대한 비슷한 결을 가져가고 있어요.” (이진욱)
특히나 뮤지컬 ‘첫사랑’은 ‘느림의 미학’이 어울리는 작품이기도 하다. 양지원은 “가곡을 노래하다 보니 기존의 뮤지컬처럼 기승전결에 따라 고조되는 부분이 없다”며 “그런데 ‘첫사랑’은 그렇게 흘러가도 가능한 드라마라 그 안에서 조금의 음악적 변주를 통해 충분히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겐 가곡의 ‘장르적 특성’으로 인한 고민이 많았다. “성악 발성을 기반”으로 해야 하고, “시로 적힌 가사를 통해 예술성을 살려야 한다는 점”이 그렇다. 대중음악 창법에 더 익숙한 양지원 역시 “긴 호흡으로 노래를 끌고 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편곡 방향에 따라 부담이 있어, 지금도 발성은 가장 큰 숙제”라고 말했다.
배우들의 고민은 창작진이 함께 나눴다. 예술감독인 김효근은 배우들과 음악감독에게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열어줬다. 특히 그는 대중음악의 발라드 창법, 진성 발성 중심의 창법의 장점을 먼저 봤다. “사람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힘”이 있다는 것이다. 김효근 예술감독은 “양지원 배우는 진성과 가성을 혼합해 쓸 줄 아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가수”라며 “그 특징을 빛나게 하면서 노래의 호소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양지원이 소화해야 하는 음악들의 키(KEY, 조)를 단3도씩 낮춰 “성악의 아름다운 소리와 대중음악의 정확한 가사 전달의 장점”(김효근)을 살렸다.
이 감독은 배우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위한 방향”을 찾는 데에 주력했다. 애써 어울리지 않는 발성으로 무리하기 보다 배우 한 명 한 명이 가장 돋보이는 방법이었다. 그는 “가곡이 가진 본래의 매력과 특징을 잘 전달하기 위해선 가곡의 장르적 특성이나 음악적 완결성에 메이지 않고 배우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는 모습을 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곡 뮤지컬’의 부담을 뛰어넘으면, 양지원은 잘 맞는 역을 만났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맨땅에 헤딩하는 모습이 나와 닮았다”고 말했다. 양지원에겐 ‘역경의 아이콘’이라는 이미지가 따라 다닌다. 걸그룹 오소녀와 티아라를 거쳐, 스피카로 데뷔했지만 실력 만큼 빛을 보지 못했다.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라는 타이틀이 붙은 ‘더유닛’(KBS2)에선 숱한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이어간 이야기도 나와 주목받았다.
“포기하지 않고 지내는 것이 숙명인가 싶어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했어도 진작에 했을 텐데, 전 인생의 해답을 거기서 찾고 싶어하는 것 같진 않았아요. 그래서 계속 도전하고, 스스로 설 수 있는 삶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 과정을 언젠가 뒤돌아볼 때, 제게 가장 찬란한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양지원)
배우들의 가치관, 행동에 대한 이해는 이 감독이 음악을 다듬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 감독은 “작품을 시작할 땐 언제나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며 “이야기하듯이 음악을 붙이고, 말하듯이 대사를 해야 가장 자연스러운데 그것을 위해선 온전히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동과 말, 생각이 담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안에서 시로 쓴 가사가 주는 의미를 재생산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첫사랑’은 50대의 남자 주인공이 1990년대로 타임슬립해 20대의 자신과 찬란히 빛난 시절을 함께 한 첫사랑을 만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50대 이상 중장년 세대는 지나온 시절에 대한 향수를, MZ 세대는 접해본 적 없는 순수한 정서를 만나는 무대다.
“언젠가 ‘그리움’이라는 단어는 없어질 지도 몰라요. 지금은 언제든 바로 연락하고, 첫사랑도 찾아볼 수 있는 시대니까요. 이 작품에 존재하는 사랑은 요즘의 헌팅포차에서의 만남과는 전혀 달라요. 삐삐도 없고 휴대전화도 없던 시대라 도리어 감정은 증폭되는 지점이 있어요. 1980~1990년대에 존재한 사랑의 방식과 감정은 지금 세대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한국 뮤지컬 중 유일무이한 정서와 음악을 담은 작품이 될 거예요.” (이진욱)
“너무 다른 감성이라 젊은 세대가 완벽히 이해하긴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설렘과 좋아하는 감정은 시대가 지나도 변하지 않잖아요. 자극적인 것이 많은 세상에서 영화 ‘클래식’이나 ‘팔월의 크리스마스’를 보듯이 한 번쯤 순수한 감성도 느껴봤으면 좋겠어요.” (양지원)
shee@heraldcorp.com

![못 믿을 AI기업…검증하고 평가받게 하라[머브 히콕]](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7/news-p.v1.20260823.2391f1fe070840f39f8da5e471902ef7_T1.png?type=h&h=240)
![스크린 찢은 ‘댕’ 소리…드뷔시부터 고서방까지, ‘오디세이’ 음악사 [백스테이지]](https://wimg.heraldcorp.com/news/cms/2026/09/05/news-p.v1.20260819.fca8484b83c84c22bd209479c7a9a724_T1.jpg?type=h&h=2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