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예능 대세된 tvN ‘삼시세끼’의 매력 분석
‘투털’ 서진·‘일꾼’ 택연 보는 재미 쏠쏠 단지 자급자족 식사임에도 묘한 끌림 자연스런 스토리텔링·따뜻한 관계형성등 편집의 妙 살린 진화한 관찰예능 도시인에 따뜻한 판타지…선물같은 시간
“돈 걱정 없이 하루 세 끼만 해먹는 생활이 우리가 원하는 삶 아닌가요?”(50대 택시기사 김모 씨)
도시생활이 인생의 전부였던 두 남자가 강원도 정선 산골로 향했다. 심지어 유학파다. 옥순봉이 내려다보는 소박한 집 앞엔 작지도 크지도 않은 수수밭이 펼쳐져있고, 산줄기를 굽어타고 내려온 차디 찬 개울물은 냉장고를 대신한다. 매사에 투덜거리기 일쑤지만 ‘노예근성’이 숨어있는 배우 이서진과 허리를 꼿꼿이 펼 날이 없는 아이돌그룹 2PM의 옥택연이다. 두 사람을 조종하는 관찰자는 나영석 PD다.
‘삼시세끼’ 인기 돌풍에선 복잡한 생활에 지친 시청자들의 요구가 읽힌다. 예능PD들 사이에선 “왁자지껄한 버라이어티나 신변잡기식 토크쇼에 싫증난 시청자들이 라이프 스타일과 방송 흐름의 변화를 담은 프로그램을 찾아가고 있다”, “슬로라이프가 변화한 삶의 형태로 각광받으며 이를 지향점으로 삼는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흔히들 ‘힐링’ 코드는 철 지난 트렌드라고 하지만 ‘삼시세끼’가 도시인들의 여전한 갈증을 예민하게 알아차리자 시청자들은 다시 위로받고 로망을 품게 됐다.
그 과정에서 출연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좇기에 급급했던 ‘관찰예능’의 진화가 엿보인다. 단 한 장면도 허투루 버리지 않는 ‘편집의 기술’을 통해 제작진은 프로그램 안에서 출연자는 물론 정선으로 들어온 동물에게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어 관계를 형성하며 서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러자 강아지 밍키는 대세 반려견이 됐고, 새침한 염소 잭슨은 한 회 출연 예정이었으나 고정자리를 꿰차며 ‘신 스틸러’가 됐다. 이서진과는 러브라인도 만든다.
나 PD는 “신 전환이 거의 없는 정적인 프로그램이기에 기획단계부터 디테일하고 깊은 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감정변화까지 미세하게 잡아내려고 한다”며 “동물들에게 이름을 붙여 인격이 부여하는 순간 이들은 식구가 되고, 식구가 되는 과정에서 따뜻한 정서를 느끼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프로그램 안에 푹 빠진 몰입도 높은 두 남자 스타가 하루 세 끼를 해먹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노력과 땀이 담긴 밥 한 공기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고, 복잡한 일상을 벗은 두 사람의 모습을 통해 도시생활에 지친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며 힐링의 시간을 갖게 되는 것 역시 사람들 사이에 자리한 보편적 정서를 인위성 없이 꺼내온 스토리텔링의 힘이었다. “판타지가 섞였기에 100% 리얼의 공간은 아닐지라도 출연자들이 억지로 쇼를 하지 않기에” 시청자들도 거부감 없이 프로그램을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 제작진의 생각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이 미션을 주고 사건을 끊임없이 만들어야 하는 반면 ‘삼시세끼’는 밥 먹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이라며 ”특별히 뭘 안 해서 더 특별한 프로그램 안에서 제작진은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하고 있다. 나영석 PD는 어떤 그림이나 사건이 없는 곳에서도 발견의 예능을 해온 모험가다. 발견에 스토리텔링이 더해지니 재미와 로망이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승희ㆍ정진영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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