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중국 국가통계국이 18일 예정됐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9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9월 고정자산투자, 70대 도시 주택가격 월별보고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를 연기했다. 지난주 14일 나왔어야 하는 해관총서 수출입통계도 안 나왔다.
지금까지 아무리 중요한 정치 행사가 있어도 중국 정부가 통계 발표를 미룬 적은 없어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발표 연기에 대한 공식 해명도 없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경제지표는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와 학자들에게 영향을 준다. 중국 정부의 투명성 부족에 또 한번 신뢰가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의 경제가 얼마나 안 좋길래 이 정도인지, 중국 공산당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통해 3연임에 나서는 시진핑 정권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 엄중해지는 분위기다.
경제지표 악화땐 시진핑 3연임에 찬물?…통계 조작 시간벌기?
국가통계국이 각종 경제지표를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우선 경제 상황이 상당히 안 좋은 것 같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올해 2분기에 성장률 0.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上海), 광둥(廣東)성 선전 등 주요 경제지역이 전면 봉쇄된 영향이 컸다. 3분기 성장률은 2.8~3.3%로 전망됐다. 중국 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를 5.5%로 설정한 것을 감안하면 절반이 조금 넘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지난달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기존 4.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3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동아시아 개발도상국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다만 3분기 성장률이 2.8~3.3%라고 쳐도 2분기보다 개선된 수준이다. 이에 중국의 3분기 GDP성장률 발표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예상보다 더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셰톈(謝田) 교수는“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의 코로나 방역이 더 강화됐다. 실업률, 부동산 붕괴, 제조업 등 경제 하방 요소가 너무 많다”면서 “중국 정부는 도시 봉쇄로 인한 경제 침체를 감추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시점에 굳이 안 좋은 수치를 발표하면 새로 출범하는 20대 지도부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3기의 안정적인 출범을 위해 통계를 다소 조작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실 중국의 통계는 그동안 신뢰를 주지 못했다. 한때 중국의 실업률은 10년 내내 4%를 벗어난 적이 없었고, 금융위기 고비에도 이를 고수하면서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특히 지방정부의 GDP 합은 중국 중앙정부가 낸 GDP보다 높아 ‘뻥튀기’ 통계라는 오명을 샀다.
"고강도 방역탓, 일을 안하니 쓸 돈이 없다"…제조업 붕괴에 실업 양산
“신장위구르자치구 봉쇄가 오늘로 육십 몇 일 이더라?” “확진자 ‘0’으로 만들려다 내 지갑이 ‘0’이 되고 있다”
시진핑 정부의 오랜 봉쇄 정책에 중국인들도 이제는 대놓고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중국에는 ‘금구은십(金九銀十·금 같은 9월, 은 같은 10월)’ 이라는 말이 있다. 9월과 10월은 부동산, 자동차 등 모든 게 잘 팔리는 소비 성수기다. 하지만 올해는 이 말이 전혀 통하지 않았다.
칭다오에 사는 30대 여성은 “칭다오의 버스에서 확진자 한 명 나왔다고 버스 운행을 중단했다”면서 “이번 궈칭제(국경일) 7일 연휴 동안 장자제(張家界)를 방문한 사람이 300명 뿐이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후난(湖南)성 장자제는 하루에도 수 천 명이 방문하는 세계적인 관광 명소다.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부가 초강도 방역을 펼치면서 사실상 중국 전역이 멈춰 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경제 활동을 안하니 수입이 줄어 소비가 멈추고, 다시 기업 위기로 가는 악순환이다.
코로나 방역을 계기로 탈중국에 나서는 제조기업들도 중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한 때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광둥성은 재정 적자가 3000억위안(약 60조원)에 달해 올해 상반기 31개 성시 가운데 가장 부진한 성적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보도에서 “올해 상반기 중국에서 46만개 기업이 도산하고, 7월 말까지 전국에서 하루 평균 4만개의 기업이 운영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마늘이랑 아파트랑 바꿀래요?"…중국 경제 버팀목 부동산의 몰락
무엇보다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은 부동산이다. 중국은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 2년 전 부동산 거물들의 자금을 묶었다. 하지만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자금난으로 공사를 중단해 집에 입주할 수 없게 되자 분양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들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을 거부하는 집단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부동산은 중국 가계 자산의 70%를 차지하고, 중국 GDP의 30%에 달한다. 부동산이 무너지면 가계도, 국가 경제도 무너진다는 얘기다. 부동산 개발의 대부분이 부채에 의존하고 있어 금융위기로까지 확산될 수 밖에 없다.
중국 부동산 업체의 절반 가까이가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부실하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중국 정부는 제발 집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다.
심지어 중소도시 10여 곳은 ‘집값 하락 제한 정책’까지 내놓을 정도다. 이에 사람들은 “마늘이나 보리를 아파트랑 바꿀 사람?”, “일부러 집을 안 사면 정부에 불려가 면담 받아야 한다” 등 자조 섞인 농담 주고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달 16일 발표된 70대 도시 주택가격 통계를 보면 8월 신규 주택 가격이 전월보다 0.29% 하락하며 12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9월 주택 가격 지수 발표를 연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화장실은 감시 못하겠지? 반독재 낙서 여기저기...시진핑 3기 경제도, 민심도 난제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자오천신 부주임은 17일 WSJ와의 인터뷰에서 “3분기 중국 경제는 분명한 개선을 이룰 것”이라며 “세계적인 상황을 봐도 중국 경제는 여전히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어떻게 개선할 수 있고, 어떤 부분에서 개선이 이뤄질 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개선’이라는 단어만 강조했다. 이번 20차 당대회에서도 그동안 경제를 너무 잘 이끌어 왔다는 자화자찬 뿐이었다.
통상적으로 중국에서 당 대회가 열리면 주가가 올라가고 부동산 거래도 활발해진다. 하지만 상하이종합지수는 9월 한 달 동안 5% 넘게 하락했으며, 부동산 침체는 더 심각하다. 지수가 집계되기 시작한 1991년 이래 당 대회를 앞두고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는 평가조차 나온다. 경제 성장 동력도 없거니와, 지도부에 대한 기대도 사라진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주석의 오랜 집권과 과도한 통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차 당대회 개막을 3일 앞둔 지난 13일 베이징 한복판에 독재 타도를 외치는 현수막이 걸리는가 하면, 16일 중부 내륙인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의 모 처에도 이와 비슷한 표어가 걸렸다. 17일 광둥성 광저우(廣州)에도 베이징에 쓰인 똑같은 구호가 걸렸다고 한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다리에 망을 보는 사람’을 뽑아 긴급(?) 대처했다. 하지만 베이징의 중국영화자료관 남자 화장실에서 ‘반독재 반핵산’ 이라는 낙서가 발견됐다. 감시를 피해 다른 방법을 찾은 것이다.
시진핑 3기 중국에서 경제 뿐 아니라 나빠진 민심도 최대 도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중론이 되고 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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