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가격 4개월 연속 상승폭 확대
월셋값 상승 상위지역에 강북권 ‘줄줄이’
여전히 월셋집 구하는 수요자가 더 많아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내 집값과 전셋값이 가파르게 하락한 지역에서도 월셋값만 치솟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달 25개 자치구 중 집값이 가장 많이 빠진 노원구는 월셋값 상승 1위 지역에 이름을 올렸다. 연이은 금리 인상에 부동산 시장이 냉각되면서 집을 사거나 전세를 구하는 수요는 대폭 줄고, 월세를 택하는 이들이 늘면서 월셋값만 상승 흐름을 지속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서울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 포함) 월세가격은 전월보다 0.1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2019년 8월부터 3년 1개월간 단 한 달도 빠짐없이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서울의 월셋값 상승률은 올해 1월 0.11%에서 4~5월 0.04%로 서서히 상승폭을 줄이는 듯하다가 최근 4개월 연속(0.06→0.07→0.09→0.10%)으로 오름폭을 확대했다.
이는 최근 매매·전셋값이 기록적인 하락세를 보이는 와중에 두드러진 나 홀로 상승이다. 지난달 서울의 주택종합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각각 0.47%, 0.45% 내렸다. 하락폭은 9년 8개월, 13년 8개월 만에 가장 컸다. 잇단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집을 사거나 전셋집을 찾는 이들은 줄고, 대신 월세로 향하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월셋값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부동산원은 진단했다.
특히 서울에선 집값·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진 강북권에서 오히려 월셋값이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권역의 월셋값은 0.15% 올라 강남권(0.05%)보다 더 큰 폭으로 뛰었다.
노원구는 지난달 25개 자치구 중 집값(-1.17%)이 가장 많이 떨어지고 전셋값도(-0.44%)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월셋값(0.29%)은 가장 많이 오른 지역으로 꼽혔다. 노원구의 상승률은 전달과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2015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어 마포구(0.23%), 도봉구(0.21%), 서대문구(0.19%), 은평구(0.1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초구(0.02%), 강남구(0.05%) 등 강남권이 소폭 오른 것과는 비교된다.
아파트만 보면 강북권의 월셋값 상승은 더 두드러졌다. 지난달 서대문구(0.38%), 마포·강북구(0.33%), 노원구(0.32%), 도봉구(0.28%), 은평·중·종로구(0.19%), 성북·동대문구(0.16%) 등의 순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여전히 강북권에선 세입자를 찾는 집주인보다, 월셋집을 구하는 이들이 더 많은 상황이다. 지난달 강북권역의 매매수급지수(82.6→79.3)는 하락한 반면, 월세수급지수(101.9→102.2)는 기준선(100) 위에서 더 올랐다. 매매시장과 달리 월세시장에서는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다는 의미다. 강남권역의 경우 매매수급지수(89.5→86.4)와 월세수급지수(97.2→96.4)가 기준선 아래서 동시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월세 유형별로는 상대적으로 높은 보증금이 필요한 준전세는 강북권역(-0.08%)과 강남권역(-0.04%)에서 모두 하락했다. 반면 순수월세(0.31%·0.17%)와 준월세(0.17%·0.13%)는 상승세를 지속했다. 월세는 보증금액 규모에 따라 월세(월세 12개월치 미만), 준월세(월세·준전세의 중간영역), 준전세(전세금의 60% 초과)로 나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거래절벽이 길어지면서 아파트 시장의 매매·전세가격 동반 약세가 넉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빠르고 가파르게 이어지는 데다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수요자들도 관망만 하는 상황”이라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