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H 유산’ 각계 전문가 호평 줄이어
한국사회의 기증문화 활성화 주목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남긴 문화재 기증과 의료 공헌은 사회적 환원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었고, 이를 통해 삼성그룹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한단계 발돋움했다는 각계 전문가들의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국립기관 등에 미술품 2만3000여점이 기증된 것과 관련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삼성에서도 충분히 운영이나 보관 관리 능력이 있는데 국가에 기증한 배경에는 우리의 위대한 문화재를 국민과 전 세계인과 ‘공유’하자는 깊은 뜻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미술’이란 단어가 전국화, 보편화됐다는 점에서, 미술계에선 기증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을 만큼 파급효과가 컸다”며 “지금 한국 문화는 단군 이래 ‘최절정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황희 전 문체부 장관은 “이건희 컬렉션이 불러일으킨 문화유산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기증 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잘 유지되길 바란다”고 전했고,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도 “이건희 컬렉션 전시는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많은 이들에게 커다란 위로와 여운을 남겼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의 기증 문화가 활성화된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2020년 4월 故 이건희 회장 유족의 대규모 미술품 기증이 이뤄지기 전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작품의 수는 연평균 64점 이었지만 이건희 컬렉션 기증 뒤 2020년 4월부터 연말까지 553점이 기증돼 9배 이상 증가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건희 컬렉션 관람의 경제효과 분석(2021)’ 보고서에서 연평균 관람객 수를 310만명으로 추산했다. 이건희 컬렉션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2468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024억원의 부가가치유발효과 등 총 35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에 대응에는 고인과 가족의 기부 결정으로 한국 최초 감염병 전문병원이 건립될 예정이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이를 두고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선뜻 큰 뜻을 내어준 기부자의 선의에 더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 일류기업이 국가 중앙감염병 병원 건립을 지원하는 뜻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감염병 대응 국가 역량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립중앙의료원이 한국갤럽에 의뢰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4.4%는 정부가 추진해야 할 코로나19 이후 정책으로 ‘감염병 대응 의료기관의 인력과 자원 확충, 체계 강화’를 꼽았다. 이에 압도적(90.9%)으로 고 이건희 회장의 기부금으로 건립이 추진되는 중앙감염병병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소아암 및 희귀질환 환아 지원에도 의료 공헌이 진행된다. 김한석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유족의 기부금으로 지방 소아암·희귀질환 환자가 서울에 오지 않아도 치료를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말께부터 환아 검사 및 치료 지원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제 책임자인 홍경택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의미 있는 기부금으로 전국 소아청소년 급성림프모구백혈병 환아들에게 중요한 검사를 무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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