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박병화가 오는 걸 알았다면 절대로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겁니다."
31일 '수원 발발이'로 알려진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39)가 경기 화성시 봉담읍의 한 원룸에 거주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원룸 건물주 가족과 인근 주민, 화성시장이 입을 모아 "거주를 저지하겠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박병화가 거주하게 된 원룸 앞 골목은 항의에 나선 주민들과 이를 통제하는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박병화가 입주한 원룸 건물주 가족은 "오늘 오전에야 박병화가 입주했다는 사실을 마을 이장을 통해 알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80대인 저희 할머니가 원룸을 관리하시는데, 지난 28일 한 여성이 수원 쪽 부동산 사람과 와서 월세 계약을 하고 갔다"며 "알고 보니 그 여성이 박병화의 어머니였는데, 여기에 박병화가 올 거라는 사실은 전혀 말하지 않았다"고 성토했다. 이어 "박병화가 오는 거 알았다면 절대로 방을 내주지 않았을 것"이라며 "화성시와 함께 강제 퇴거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병화의 거주지는 화성의 한 대학교 후문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원룸촌이다. 골목길을 따라 3∼4층 높이의 원룸 건물들이 밀집한 곳으로, 주로 학생들과 인근 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입주해 있다. 500여m 거리에는 초등학교도 있다.
인근 원룸 주인들은 "이곳은 젊은 학생들이나 노동자들이 저렴한 방을 찾아서 모이는 곳이고 혼자 사는 여학생들도 많은데 불안해서 원룸 관리를 어떻게 하나" "시나 기관에서는 아무 연락도 못 받았다, 사람들이 불안해서 방을 구하러 오겠느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마을 주민들도 "여러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있는 화성에서 또다시 주민들이 불안할 일이 없도록 무슨 수를 써서라도 대책을 세워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정명근 화성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도 박병화의 주거지를 찾아 퇴거를 촉구하는 가두시위를 했다.
정 시장은 "박병화의 거주를 알리지 않고 방을 구한 건 사기 행위에 준하는 위법 계약이라고 보인다"며 "원룸 관계자와 협의해 계약을 철회하고 강제 퇴거할 수 있도록 법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법무부는 사전에 아무런 협의도 없이 군사 작전하듯 새벽에 박병화를 화성시로 이주 조치한 뒤 일방적으로 통지했다"며 "화성시민은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거주를 결사반대하며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성시는 임종철 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해 박병화 강제 퇴거를 위한 방안을 찾고 있다.
경찰은 박병화 거주지 관할 보호관찰소와 핫라인을 구축해 공동 대응체계를 구축하고, 여성·청소년 강력팀 3명을 특별대응팀으로 지정해 치안 관리에 나설 계획이다. 또 주거지 주변에 대한 방범 진단을 실시, 지자체와 협조해 폐쇄회로(CC)TV 등 범죄 예방시설을 확충할 방침이다.
박병화는 2002년 12월∼2007년 10월 수원시 권선구, 영통구 등지의 빌라에 침입해 20대 여성 10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15년형을 선고받고 이날 만기 출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