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검찰청법에 ‘대형참사’ 제외된 후 첫 사고
전날부터 수사 나선 경찰, 아직 검찰에 협력 요청 없어
대책본부 꾸린 검찰 관련 업무 못해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검찰의 수사 개시 범죄에서 대형 참사가 빠지면서 이태원 압사 사고 관련 검찰은 아직까지 수사를 못하고 있다. 조기 증거 확보와 다각도 원인 규명이 요구되는 사건 특성 상 수사력 공백 우려도 나온다.
1일 검찰에 따르면 사건 관할 검찰청인 서부지검은 전날까지 경찰로부터 이태원 사건 수사 협력 요청을 받지 않았다. 개정 검찰청법에 따르면 검찰은 경찰의 요청 없이 대형 참사 수사에 나설 수 없다. 검찰은 ‘경찰과 긴밀한 협력’ 기조를 밝힌 뒤 참사 사망자 154명의 사인을 확인하는 검시를 마쳤을 뿐 사실상 관련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사회재난 발생 시 검찰의 수사 개시가 가능했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1994년)와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당시 검찰은 초기부터 직접 수사에 나섰다. 대구 지하철 가스 폭발(1995년)과 세월호 참사(2014년) 때는 검·경 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됐고, 이천 냉동창고 화재 사건(2007년)에선 경찰이 수사했으나 검찰이 초동부터 함께했다. 그러나 검찰청법이 개정되면서 검사가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는 ‘부패·경제 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됐고, 대형참사는 빠졌다.
대형참사는 원인 규명이 어려워 초동부터 검찰이 나서야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현장보존, 증거보전과 수집·감식 등을 비롯해 참사 유형과 원인에 따라 다각도 법리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제조, 유통, 광고, 판매 등 각종 단계마다 책임자의 과실 및 고의성 등을 판단했다.
관련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초기 수사 및 유관 기관과 협업 중요성을 강조한다. 초기 수사가 잘못돼 사건을 바로잡으려면 당시 목격자 증언과 기억이 왜곡되는 등 문제도 생긴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CCTV, 관련 동영상, 증언 등 증거확보가 제일 우선인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한 사고로 볼 건지, 고의적 범죄 행위로 볼 건지 다양한 법리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형참사가 수사 개시 범위에서 제외될 당시 가습기 살균제 수사팀도 “법안과 관련된 법리가 복잡한 사건의 수사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수사 초기부터 수사·재판에 필요한 법리를 연구·개발하고 이를 수사에 접목해 최종적으로 법원 판결까지 반영되도록 하는 일은 다시는 보기 어려울 것”이라 우려를 표명했다.
사고현장 수습 후 전날부터 본격 수사에 나선 경찰은 목격자 44명 조사, CCTV 52건을 확보해 분석했다. 대검은 사고대책본부(본부장 황병주 형사부장)를 구성하고 유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비상대책반(반장 한석리 검사장)을 구성한 서부지검은 경찰 협력 요청이 오면 사건 원인 규명 관련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dingd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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