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대기업에 물린 과징금 중 87%가 지난해 법원 판결로 취소된 것으로나타났다.
5일 서울고법 등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정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사 중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은 후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 작년 한 해 1심 판결을 선고받은 회사는 21곳이다.
선고 결과에 따르면 공정위가 이들 21개사에 부과한 총 과징금 3131억원 가운데 7개 회사에 물린 2721억원(86.9%)이 취소됐다. 특히 기름값을 담합했다는 의혹을 산 정유사에 내려진 과징금 취소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법원은 SK이노베이션과 계열사에 대한 1356억원,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754억원의 과징금을 각각 전액 취소했다.
예정이율 인하 합의가 적발된 생명보험사에 부과된 과징금 수백억원도 취소됐다. 취소된 금액은 한화생명 486억원, 흥국생명 43억원, 미래에셋생명 21억원 등이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기업들은 이미 납부한 과징금 상당액에 이자(연이율 0.042%)까지 돌려받는다. 공정위 상대 과징금 취소소송은 서울고법과 대법원을 거치는 2심제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일각에서는 기업들이 대형 로펌을 동원해 공정위에 역공을 펼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실제 정유사 소송은 법무법인 광장과 태평양이, 보험사 소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율촌 등이 기업 측을 대리하는 등 대형 로펌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공정위가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채 다소 무책임하게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제 검찰’이라 불리는 공정위가 경제민주화 분위기 속에 무리한 처분을 내린 결과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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