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홍길용ㆍ김윤희ㆍ정찬수 기자]SK가 총수 공백과 주력사업 업황 부진이 겹친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세대교체 인사를 9일 단행했다. 에너지와 통신 등 그룹 양대 주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모두를 퇴진시키는 대신 현장을 지휘하던 젊은 경영진들을 주력계열사 사령탑으로 발탁했다. 향후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SK그룹 인사의 핵심은 1948년생인 구자영(66)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을 1954년생인 정철길(60) SK C&C 사장으로, 1957년생인 하성민(57) SK텔레콤 사장을 1963년생인 장동현(51) SK플래닛 부사장으로 교체하는 내용이다. SK네트웍스 사장도 1959년생인 문종현(55)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이 기용됐다. SK C&C 후임사장도 1963년생인 박정호(52) 부사장이 이어받았다. 최고경영진이 대폭 젊어진 것이다.

SK의 에너지부문은 올해 극심한 업황부진 등으로 사실상 적자로 돌아섰다. 통신부문도 성장과 수익성이 모두 정체된 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등 이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SK네트웍스도 전년 대비 매출과 이익이 모두 뒷걸음 친 상황이다.

반면 SK C&C는 반도체 모듈제조 등 신사업으로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졌고, SK플래닛은 지난해 콘텐츠사업을 줄이고 마케팅회사인 SK M&C를 합병하면서 경영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특히 SK C&C와 SK플래닛은 그룹 내부의 사업기회를 적절히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였다는 공통점도 있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내정자는 ㈜유공 출신으로 정유 및 석유개발 사업에 대한 이해가 깊다. 미얀마 가스전 등 해외 자원개발 경험도 있다. 소버린 사태 위기가 닥친 2003~2004년에는 SK그룹 구조조정추진본부에서 일하며 위기관리 능력도 갖췄다.

의외의 인선으로 꼽히는 장동현 SK텔레콤 사장 내정자는 SK텔레콤 경영기획실장, 최고재무책임자(CFO),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했고 작년부터 SK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하며 롱텀에볼루션(LTE) 상품기획을 총괄했다. 또 재직중 터키에 ‘11번가’를 진출시키는 등 플랫폼의 글로벌화에 기여하면서 일찌감치 숨은 CEO 후보로 꼽혔다는 평가다.

SK네트웍스 신임사장에 기용된 문종훈 전 수펙스협의회 사무국장은 2003년 SK네트웍스 사업부장 경험이 있다. 이후 그룹 카 라이프 사업부장, 워커힐 사장, SK마케팅앤컴퍼니 사장 등을 거친 마케팅 전문가다.

한편 이날 의장후보추천특별위원회와 수펙스추구협의회는 김창근 의장을 ‘따로 또 같이 3.0’ 체제 2기 의장으로 재추대했다. SK그룹은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구조화된 경영위기를 돌파하고 경영 공백으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전략위원장에는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글로벌성장위원장에는 유정준 SK E&S 사장, 윤리경영위원장에는 하성민 사장, 동반성장위원장에는 현 동반성장위원회 상임위원인 이문석 사장, 통합사무국장에는 지동섭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이 보임됐다. 인재육성위원장(김창근 의장 겸임)과 커뮤니케이션위원장(김영태 사장)은 유임됐다.

SK그룹은 이번 정기인사를 통해 승진 30명, 신규선임 87명 등 총 117명의 승진인사도 단행했다. SK는 “예년보다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며 “사상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대부분 관계사에서 임원 승진규모가 축소돼 성과주의 임원인사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Google News Icon
Google News 에서 헤럴드경제 팔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