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조지 부시 정부 시절에 테러 용의자를 고문했던 실태를 담은 보고서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001년 9ㆍ11 사태 이후 유럽과 아시아의 비밀 수감시설에서 알카에다에게 행한 고문 실태를 담은 이 보고서가 인권국가 미국의 위선을 얼마나 드러낼 지,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왜 이 시점에?=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9일 보고서 요약본 공개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CIA의 해외 비밀 수감시설 폐쇄를 발표한 지 8년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1월 취임 사흘 만에 구금자에 대한 고문이나 잔혹한 처우를 금지하는 내용의 행정명령(EO)에 서명한 날로부터 5년여만이다.
2009년 미 상원 정보위원회는 이 사안에 대한 공식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당시 정보위가 다룬 문건, 메모, 기록 등은 600만 건이 넘었다.
이를 CIA와 상원이 조율해 총 6800쪽, 각주만 3만5000개가 넘는 최종보고서로 추렸다.
하지만 정치적 논쟁에 휩쓸려 보고서 내용은 ‘손질’ 됐다.
2012년 상원 정보위가 보고서 요약본을 CIA에 넘기자, CIA는 내용 상 오류와 편향성을 지적하며, 수정안을 요구했다.
상원이 올 초 백악관에 넘긴 것은 CIA의 의견이 반영된 500쪽 분량의 이 수정 요약본이다.
▶조사는 누가했나?=CIA의 고문 실태 조사의 뿌리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CIA 비밀 수감소에서 한 수감자가 저체온증으로 사망하면서다.
인권단체가 CIA의 심각한 인권남용 사례와 문제를 폭로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5년 뒤인 2007년 CIA가 태국 비밀 수감소에서 물고문을 하는 영상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폐기한 것이 발각돼, 상원은 비공식적인 조사를 벌였다.
2009년 상원 정보위 공식조사팀에는 공화당 의원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공화당은 그 뒤 정보위가 CIA 직원을 조사할 수 없다는 우려를 들어 공식 조사팀에서 발을 뺐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문건 일부 내용을 비공개로 둬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사팀은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들로 구성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CIA의 비밀 수감소 프로그램에 유럽 25개국을 포함해 전세계 54개국이 공조했던 것으로 작년 비공식 조사 마무리 결과 드러났다고 이 날 보도했다.
▶고문 조사가 오사마 빈 라덴 추적에 도움이 됐나?=전 CIA 직원과 공화당 의원들은 수감자에 대한 고문과 가혹한 심문 조사가 오사마 빈 라덴 추적에 도움이 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2004년 빈 라덴의 주요 연락책에 관한 가장 중요한 인트를 제공한 알카에다 고위급 요원 파키스탄인 하산 굴은 가혹 심문을 받지 않았다.
또한 9ㆍ11 테러 주모자 칼리드 셰이크 모하메드를 비롯해 여러명의 테러범은 고문을 받고도 거짓 정보를 넘겼다.
▶고문은 어떻게, 얼마나?=2002년 CIA 직원들이 밝힌 고문 기술은 때리기, 잠 안재우기, 독방 수감, 죽지 않을 정도의 물고문 등이다.
또 포로를 산채로 매장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지만 CIA는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법무부는 이런 가혹 심문 방식을 두고 고문이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CIA 비밀수감소에서 벌어진 일을 설명하면서 ‘고문’이란 말을 썼다.
▶보고서 공개 이후 형사처벌은?=법무부는 CIA가 심문 장면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폐기 처분한 것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다 2009년 CIA 고문 실태 전면 조사로 확대했다.
하지만 2012년에 에릭 홀더 주니어 법무부 장관은 CIA 직원에 대한 불기소 방침을 발표한 바 있어, 고문을 수행한 CIA 직원이 형사 처벌을 받을 일을 없을 전망이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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