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식사, 신체·정신건강에 도움”
[헤럴드경제=육성연 기자] 팬데믹(전염병의 전 세계적 대유행) 이후 떠오른 정신건강 분야는 식품시장에서도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숙면’ 관련 기능성 식품이나 마음에 위로를 주는 ‘컴포트푸드(Comfort Food)’, 자신의 기분을 전환할 수 있는 ‘무드푸드(Mood Food)’ 트렌드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한다.
음식과 정신건강의 연관성이 부각되며 ‘가족식사’의 중요성도 강조되는 분위기다. 실제 1인가구 증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혼밥’을 하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가족과 식사가 신체와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연구가 갈수록 축적되고 있다.
2008년 ‘청소년건강(Adolesc Health)’, 2011년 ‘소아학(Pediatrics)’ 등 해외 학술지와 2012년 미국 영양학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연구의 공통 결론은 가족과 함께 일주일에 ‘3~5회’ ‘20분 정도’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해진다는 것이다. 가족과 식사로 인한 긍정적 영향으로는 ▷아이들의 정서적 행동 문제 감소 ▷어휘력· 학습력 향상 ▷비만예방 ▷섭식장애 감소 ▷풍부한 영양소 섭취 등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가족이 함께 먹을 경우 아이의 정신건강이 좋아진다는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2021년 국제학술지 ‘국제환경공중보건학회지’에 실린 스페인 연구에 따르면, 12~16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평소 가족과 식사를 자주 하는 아이들은 정서적 친밀감 형성으로 섭식장애나 과식위험이 다른 아이보다 적었다.
미국의 비영리단체인 미국심장협회(AHA)와 식생활 개선운동기구 FMI재단도 보고서를 통해 가족과 식사가 건강뿐 아니라 우울증 위험을 낮추고 자존감을 높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가족과 함께 먹는 식탁에는 더 많은 채소와 과일, 설탕·첨가물이 덜 들어간 음식이 차려지면서 더 건강한 식습관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건강식’으로 전 세계적 인정을 받는 지중해식 식단 역시 가족이나 지인과 식사를 중요시한다. 지중해식 식단의 기본 원리에는 올리브오일과 같은 음식뿐 아니라 대화를 하면서 식사시간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이 포함돼 있다.
반면 혼자 먹는 음식은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국내 연구가 발표된 바 있다. 2021년 ‘대한가정의학회지’에 실린 당시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연구팀의 연구에 따르면, 저녁을 혼자 먹는 사람의 우울증 발생위험은 26.6%로, 가족과 함께 먹거나(17.7%) 지인과 함께 먹는 사람(18.4%)에 비해 높았다. 자살 생각의 비율(11%)은 가족과 함께 먹는 사람(5.2%)의 두 배 이상으로 드러났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인 신재현 강남푸른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은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는 사회적 인간의 기본 욕구인 연결감(connectedness)을 충족시켜 준다”며 “혼자 먹는 식사가 간편한 점은 있지만 나에게 중요한 타인과 지금 이 순간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 우리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정서적 안정은 소화불량, 잦은 두근거림, 가슴 답답함 등의 스트레스 반응 감소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며 “식사 중 대화를 통한 풍부한 정서 경험 또한 신체활력과 긍정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강조했다.